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0)
2008. 2. 7 (수) 영남일보
面 (얼굴 면; 코와 두 볼과 이마를 본 뜬 모양) |
얼굴에는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다 갖춰져 있다. 그리고 이 구멍새들은 ‘얼’이 들고 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구멍새는 각각 나름대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서로가 확실히 구분되는 ‘골’이 나 있다.
그래서 쓰임으로는 ‘얼’, 모양새로는 ‘골’이라 하여 ‘얼골’이라 일렀던 것이 오늘에 와서 ‘얼굴’로 바꿔진 것이다.
얼굴은 역시 ‘코’가 중심이기 때문에 ‘코’에서 뻗어 오른 이마와 코 옆에 자리한 양 쪽 볼까지를 그대로 본 떠
‘面’(얼굴 면)자를 만들어 써왔다.
얼굴 안에 무슨 구멍새가 이처럼 많아 얼굴 모양이 이같이 울퉁불퉁 하단 말인가?
중국의 철학자 왕부지(王夫之)의 수필 <얼굴문답>에서 그 해답을 얻어 보자.
“때때로 음식을 씹다가 화가 난 입이 코를 향해
‘이 봐 그대는 무엇이 잘났기로 두 구멍을 내 쪽으로 내고 오뚝하게 솟아 있는가?’라고 항의하자,
‘참 모를 소리 마시오. 그대가 음식을 씹는 것도 실은 내가 냄새를 맡은 연후에 씹지 않소.’라며 대답했다.
그러자 입과 코가 힘을 합쳐 눈을 향해 항의했다.
눈은 눈대로 ‘그대들이 아무리 씹고 숨 쉬고 해서 목숨을 유지해 가는 것 같지만 내가 보고 확인을 한 후에야
가능하지 않은가?’ 하며 눈을 찔끔했다.
다시 입, 코, 눈이 합세하여 귀를 향해 ‘그대는 별 하는 일도 없는데 넓적하게 생겨 두 볼 귀퉁이에 덩그렇게
붙어있는데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네. 제발 그 둥근 바퀴라도 접어 버리시오.’
이에 귀가 말하기를 ‘별말씀을 다 하시네. 그대들이 무엇을 안단 말이요 내가 다 듣고서 알려 주어야 먹든 말든,
보든 말든 하지 않소.’라고 쏘아 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목구비가 힘을 합쳐 눈썹을 향해 아래로 내려 올 것을 간절히 주문하였다.
그러자 눈썹은 까딱도 하지 않고 말하기를 ‘모르는 소리들 마오. 모든 일을 하고 하지 않는 것을 무엇으로
가늠한단 말이오. 아마 내가 찡그려 주지 않으면 어림도 없을 것이네.’ 라며 잔뜩 찡그렸다.
그렇다. 생산에 종사하는 이목구비만 중요한 게 아니다. 비판(눈썹)을 거치지 않은 실행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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