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9)
2008. 2. 4 (월) 영남일보
首 (머리 수 : 코, 이마, 머리카락을 본뜬 모양)
얼굴의 중심은 ‘코’이다. 코는 숨을 쉬고자 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쉬기 때문에 코의 모양을 본 뜬 ‘自’(스스로 자)를 ‘自己의 自’로 쓴다.
실상 코는 마치 밭두렁이 위 아래로 줄지어 있듯이 줄지어 있기로 ‘鼻’(코 비)라 하였다.
동물이나 사람을 막론하고 어느 것이나 코는 하나이기 때문에 코를 중심으로 머리를 낱낱이 헤아려 몇 마리라 말하고,
또는 속말로 음식 값을 셈할 때에도 ‘머리 당(頭當) 얼마씩 하기로 하였다’ 라고 말한다.
이렇듯 코와 머리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똑같은 ‘머리’를 말할지라도 조금씩 다른 글자를 만들어 써왔다.
첫째, 코에서 뻗어 오른 아마와 이마위에 난 머리까락까지를 합쳐 ‘首’(머리 수)라 한다.
둘째, 코와 이마에다가 양쪽 받침을 붙여 ‘頁’(머리 혈)이라 한다.
셋째, 이 頁에 받침과 담는 그릇을 상징한 제사 그릇 ‘豆’를 붙여 ‘頭’(머리 두)라 하였다.
따라서 ‘首’는 코에서 머리카락까지를 나타내어 같은 머리 중에서도 위쪽을 말하고,
‘頁’은 일반적으로 두 다리와는 반대로 몸의 위에 있는 머리라는 말이다.
‘頭’는 제사 그릇이 제물을 담는 것처럼 몸 전체가 받들고 있는 머리를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같은 장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장관을 ‘首相’이라 하고,
수많은 조직원이 다 같이 받드는 우두머리를 ‘頭目’ 이라 한다.
다리는 몸통을 받히고, 몸통은 목을 받히고, 목은 머리를 받들고 있음을 뜻하는 ‘頁’이 그 기능을 잃으면
‘頉’(고장날 탈)이다.
머리에서 파생된 말을 살펴보자.
첫째, 머리가 변하여 짐승의 수를 셈하는 단위로 ‘마리’가 나왔다.
둘째, 집안에 들어 당에 오르자면 맨 먼저 밟는 것이 ‘마루’인데 이 말도 머리에서 나왔다.
셋째, 산을 넘을 때에 산과 산 사이에 난 낮은 등성이를 말하는 ‘고개 마루’라는 말도 실은 ‘머리(마루)밑 고개‘라는 말이다.
우리의 몸 어느 하나라도 귀중하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아프다는 뜻으로 ‘頉’자를 만들어 써온 사실은 참으로 탄복할 만하다.
배가 아프도 ‘배탈’, 어떤 일이 어그러져도 ‘탈’, 역시 탈은 '脫(벗어날 탈)'이다.
'말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口 (입 구) (0) | 2008.02.19 |
---|---|
(10) 面 (얼굴 면) (0) | 2008.02.14 |
(8) 鼻 (코 비) (0) | 2008.01.21 |
(7) 耳 (귀 이) (0) | 2008.01.21 |
(6) 目 (눈 목) (0) | 2008.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