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1 (월) 영남일보
口 (입 구 ; 언어와 음식이 출입하는 입모양) |
‘입’은 언어와 음식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출납관(出納官)이라 한다.
말은 상대를 향해 나아가고, 음식은 자신의 몸으로 들어가는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코로 숨을 쉬며 목숨을 유지해 가는 동안 입도 한 시를 쉴 수 없다.
우선 끼니마다 마시고 먹어야 하며, 다른 이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마시며 먹고 말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알맞게 해야 한다.
첫째, 음식을 알맞게 먹는다는 말은 음식을 수용하여 잘 소화시킬 수 있는 정도를 가늠하여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자신의 알(위장이 무난히 소화시킬 수 있는 양)에 맞게 음식을 취해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말을 알맞게 한다는 것은 내 자신의 알(마음)과 상대방의 알(마음)이 잘 소통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다.
즉 나의 마음과 다른 이의 마음이 서로 맞아 결국 알과 알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말이다.
먹고 말하는 일의 공통된 특징은 위에 있는 턱은 움직이지 않고 단지 아래에 있는 턱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움직임이 없는 山(뫼 산)을 위에 두고,
진동하는 雷(우레 뢰)를 아래로 짝지어 頤(턱 이)라 하여 육십사괘 중의 하나로 삼았다.
이(頤)괘의 상을 풀이한 주역<상전>에서 말하기를
“군자는 턱의 상을 바탕삼아 언어를 삼가고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君子以愼言語, 節飮食)라 하였다.
언어를 삼가라는 말(愼)은 말을 참답게 하라는 뜻으로 眞(참 진)에 心(마음 심)을 붙인 것이요,
절제하라는 말은 마치 대나무처럼 속은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중간 중간에 마디를 두어 빈속을 묶어주 듯
음식을 먹어 알(위장)을 채우되 항상 채우지 말고 비웠다가 채우라는 뜻이다.
비면 묶고 묶은 뒤에는 다시 비우는 대나무 같아야 쉽사리 굽어지지 않고 꾸꿋할 수 있기 때문에
竹(대 죽)에 卽(곧을 즉)을 붙여 節(마디 절)이라 하였다. 먹을 때 먹고 말할 때 말해야 한다.
때때로 분별없이 말하거나 먹지 말라는 뜻이 알고 보면 ‘마디’(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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