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4 (목) 영남일보
舌 (입 구 ; 입안에 든 혀가 밖으로 나온 모양)
입속에 들어 말하거나 먹는 일을 돕는 것으로 이(齒)와 혀(舌),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이는 음식을 넘기기 전 끊고 가는 일을 하고, 말이나 소리를 밖으로 내 보낼 때
마지막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혀는 씹고 갈아 제킨 음식을 넘기기 전 맛을 감별한 뒤 속으로 넘기기도 하고,
속에서 끌어 나오는 ‘기’에 굴절(屈折)을 가해 일단 분명한 말이나 소리를 만든 뒤 밖으로 내 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舌’(혀 설)이라는 글자는 干(방패 간)에 口(입 구)를 붙여 만든 글자이니
그 뜻 또한 입을 통해 들고 나는 모든 일을 ‘혀’가 간여(干與)함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일을 실제로 간여하여 바꾼다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속담에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누구나 똑같이 세 치 남짓한 혀를 가졌지만
그 혀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데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음식은 백성의 하늘이요, 말이나 소리는 각자의 알속에서 우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예부터 ‘혀’는 곧 ‘심장의 싹’(心苗)이라고 한 것은 비단 의학적 측면에서만 붙여진 정의가 아니다.
말이나 소리는 곧 마음의 선언(宣言)이라는 깊은 뜻이 포함되어 있다.
말은 마음의 노출이므로 잦은 실수는 말에서 비롯된다.
이런 뜻에서 “허물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보다 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요,
입을 잘 지키는 것은 침묵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침묵하면 온전하게 지킬 수 있고, 말을 삼가면 허물을 줄이는 것이다.”
(恥過, 莫如戒心. 守口, 莫如愼黙. 寡言則戒全, 戒言則寡過)<미수기언>(眉叟記言)는
허목(許穆)선생의 말씀은 누구나 심장에 새기고 혀에 붙여둘 금과옥조(金科玉條)이다.
‘舌’에 물(水)을 붙여 ‘活’(살 활)이라 하였다. 항상 혀는 촉촉하게 해주어야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글자다.
말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는 흔히 혀가 촉촉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까닭은 가슴속에서 화가 끌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한 잔의 차로 혀를 달래어 참는 여유로 활기(活氣)를 되찾아야 한다.
* 금과옥조 - (금이나 옥같이 귀한 법률이란 뜻으로)소중히 여기고 꼭 지켜야 할 법률.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어 지키는 규칙이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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