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8) 鼻 (코 비)

나무^^ 2008. 1. 21. 16:44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8)   

                                                                                      2008. 1. 31 (목) 영남일보

                  (코 비 : 오뚝하고도 긴 코의 모양)

         

 

      코는 하늘의 맑은 기를 몸 안으로 빨아들이고, 가슴 속에 담겨진 탁한 기를 뱉어내는 환풍(換風)역할을 한다.

      동시에 주로 냄새를 맡아 사물의 신선(新鮮) 여부를 감지하는 기관으로 일명 ‘심변관’(審辨官) 이라 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이 삶을 이어가는 가장 큰 두 줄기가 있다.

      첫째, 코로 끊임없이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하나같이 입으로 먹이를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코와 입의 두 모양을 위 아래로 맛 붙여 ‘台’(클 태), ‘크다’는 뜻으로 썼다.

      그러므로 아무리 뭐가 크다 해도 ‘목숨’이 가장 크다는 말이다.

 

      똑같은 구멍새로 목구멍과 숨구멍이 있다.

      숨구멍은 쉬는 일 없이 스스로 숨을 들이고 내어 하늘과의 교류를 이루고,

      목구멍은 끼니마다 땅에서 걷어 드린 음식물을 먹어 몸을 지탱함으로 목은 땅과의 끊임없는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열자(列子)는 일찍이 “숨은 하늘의 몫이요, 먹이는 땅의 몫이라.”(息, 天之分也 ; 食, 地之分也.) 하였다.

      애당초 어미의 몸속에서 몸으로 생겨날 때부터 목숨을 타고 태어났으므로 ‘목숨의 비롯’을 ‘始’(비로소 시)라 하였고,

      목숨이 비로소 잉태되는 부위를 ‘胎’(아이 집 태)라 하였다.

      즉 어미도 천지(天地)의 덕으로 목숨을 유지해 가고, 새끼도 천지의 덕을 고스란히 받아 생겨났으며,

      또 하나의 생명체가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가려면 천지의 덕을 한시라도 저버릴 수 없다.

 

      삶에서 옮겨지는 죽음도 마찬가지다. 흔히 목과 숨이 끊어질 지경을 일러 ‘殆’(위태로울 태)라 하였다.

      그리고 막상 죽음에 앞서 여태껏 하늘 덕분에 축적된 ‘기’(氣)는 혼(魂; 영혼 혼)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땅 덕분에 쌓아온 몸집은 백(魄; 넋 백)이 되어 땅에 묻히고야 만다.

 

      코는 중간에 코뼈(山根)가 있어서 오뚝하고도 길며, 가장 중요한 숨을 관장한다.

      또한 얼굴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자리하여 ‘鼻’(코 비)는 코의 모양인 ‘自’에 ‘줄지어 있음’을 붙였다.

      한편 작용은 크고 생김은 오뚝하니 크고도 오뚝한 이 물건을 두고 ‘크오=코’라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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