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3 (월) 영남일보
亦 (또 역 ; 두 팔 밑의 겨드랑이를 가리킴)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버젓이 서 있는 정면 모양이 “大‘인데,
두 팔과 몸 사이에 좌우 점을 찍어 ’亦’을 본디 ‘겨드랑이’ 라는 뜻을 나타낸 글자였다.
그 뒤 이 글자는 중복을 나타내는 ‘또’라는 뜻으로 바꿔져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겨드랑이’라는 뜻은 ‘亦’에 ‘컴컴하다’는 뜻을 지닌 ‘夕’(저녁 석; 달이 반 쯤 올라온 상태로 어둠을 말함)
을 붙여 ‘夜’(밤 야)라 하였다. 즉 달의 어둠이 몸의 좌우 옆구리까지 꽉 차서 아주 캄캄해졌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夜’ 속에는 ‘겨드랑이’라는 뜻과 ‘어둡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애당초 ‘겨드랑이’를 뜻하던 ‘亦’이 복수를 나타내는 ‘또’라는 듯으로 바꿔진 까닭은
손이 두 개이므로 손을 나타내는 ‘又’를 ‘또 우’라고 하듯 겨드랑이 또한 ‘또’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겨드랑이라는 뜻은 ‘손(手)과 몸 사이에 있는 캄캄한(夕) 겨드랑이(亦)’라는 뜻을 붙여
‘掖’(겨드랑이 액)이라 하였다.
‘亦’은 본디 명사로서 ‘겨드랑이’를 나타낸 글자였는데 그 쓰임이 널리 펼쳐져 ‘또’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한 글월 속에서 단순히 ‘또’라는 뜻뿐만 아니라, 어떤 상태가 중복을 거듭함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쓰인다.
그 실례로 <논어>에서의 첫 구절을 들어 밝히면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익혀 나가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어떤 벗이 멀리서 찾아와 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라고 풀이하지만 사실 그 깊은 뜻은 ’배우고 때때로 익혀 가니 기쁘고 또 기쁘다.
어떤 벗이 멀리서 찾아와 주니 즐겁고 또 즐겁다’는 말이다.
즉 배우고 익혀 가는 한 기쁨이 끊일 수 없고, 벗이 찾아와 주니 서로 뜻이 맞아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즐거움이 끊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논어>를 주석한 황간(皇侃)도 ‘亦’은 ‘거듭되다’(猶重也)는 뜻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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