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6)
2008. 2. 28 (목) 영남일보
寸 (마디 촌 ; 손목을 지나는 대동맥을 가리킴)
손(又)에 점 하나를 찍어 ‘寸’(마디 촌)이라 하였다.
이 점은 대동맥이 손으로 흐르는 ‘손목’(寸口)을 뜻한 글자다.
그런데 손이 곧 길이를 가늠하는 ‘尺’(자 척)으로 쓰이자, ‘손목’도 또한 길이를 가늠하는 ‘치’(寸)로 쓰이게 되었다.
급기야 10마디를 ‘한 자’로 셈하자, ‘寸’은 곧 ‘마디’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한 치 건너 두 치’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혈연관계를 가늠하는 단위로도 쓰여
삼촌, 사촌 하는 말이 생겨났다. 이 인간관계는 곧바로 법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寸’에는 촌수라는 뜻만 아니라 ‘법’ ‘법도’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예로부터 집단을 표시하는 나무를 마을 어귀에 심었기로
‘村’(마을 촌; 본디는 邨으로 언덕과 같은 경계를 두고 머무는 곳)이라 하고,
한 집안의 촌수는 전혀 흩어짐 없이 잘 지켜야 한다는 뜻에서 ‘守’(지킬 수)라 하였다.
또한 잘된 술(酋)은 조상께 바치되 그 순서를 어기지 말고 잘 바쳐야 된다는 뜻에서 ‘遵’(지킬 준)이라 하였다.
즉 지킨다는 말의 기본을 한 집안의 촌수와 제사 올리는 순서에 둔 것이다.
동양도덕의 근본을 가정에 두었다는 점을 분명히 엿 볼 수 있는 귀중한 증거이다.
한 가지 실례로 “충신도 효자의 문에서 구한다.”(忠臣, 求於孝子之門)라는 말이나
“효는 백행의 근본이요 온갖 선의 으뜸이다.”(孝, 百行之本 萬善之秀)라는 말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촌수를 따질 수 없는 부부 사이가 각별하고 부자 사이는 친하며 그 밖의 혈연이 주어진 촌수대로 더불어
오순도순 살아가면 이보다 더한 평화로움이 어디 있겠는가?
지킴이 굳어야 옳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옳은 가리킴을 향해 의심치 않고 나서서 서슴없이 향해 가야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道’(길 도)도 손으로 좌우를 갈라 일러주기로 ‘導’(인도할 도)라 하였다.
그러니 “길이 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멀다고 여긴 것”(道不遠, 人自遠)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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