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5 (월) 영남일보
又 (또 우 ; 손목과 손가락이 어울려 있는 모양)
손이 좌우로 둘이란 것을 바꿔 말하면
좌와 우를 아우르고 있는 나는 곧 좌우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좌와 우는 어떻게 다른가?
한 손(又)에 ‘재다’, ‘만들다’는 뜻을 지닌 ‘工’(만들 공; 만드는 모든 일은 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로)을 붙여
'左’(왼 좌)라 하였고, 또 한 손은 ‘口’(입 구)를 붙여 ‘右’(오른 우)라 하였다.
따라서 재는 손은 왼 손이요, 밥을 먹는 일을 비롯해 웬만한 일을 다 하는 손은 오른 손이다.
이는 곧 나는 좌우지간(左右之間)에 존재하고 있는 중심체라는 말이다.
아는 길을 찾아 나설 때에도 좌우를 가늠해 가고, 모르는 길을 가리켜 줄 때에도 좌우를 써서
알려주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손은 마치 방향을 결정짓는 돛대와도 같은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좌우를 살펴 나아가면 잘 되지만 우왕좌왕(右往左往)하다 보면 갈팡질팡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흔히 친한 사이를 두고 손잡은 사이라고 하듯이 손에 손을 마주잡은 모양을 ‘友’(벗 우)라 한다.
별다른 연고가 없지만 마음이 서로 통하면 서로가 손을 맞잡고 서로를 벗겨주는 사이라는 뜻에서 ‘벗’이라 하였다.
즉 “글로써 벗을 삼고, 벗으로써 어진 마음을 채워간다.”(以文會友, 以友輔仁)<논어>는 말 그대로다.
같은 벗을 말할 때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뜻을 같이하는 사이로서의 벗(同志曰友)이 있고,
둘째는 같은 스승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같이 받아온 벗(同師曰朋)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귀하게 만난 벗도 좋지만 그 보다는 스승의 문하에서 해묵어 자란
어릴 적 병아리와도 같은 오랜 벗이 더욱 정감어린 벗일 것이다.
벗 사이는 선택의 여지없이 맺어진 혈연 사이와는 달리 자신의 선택에서 얻어진 둘째가는 인간관계이다.
그러므로 특히 서로 진실한 교류를 통해 더 큰 진실덩어리를 만들어 가야 된다는 뜻에서
‘朋友有信’(벗과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함)이라 하였다.
즉 진실로 손써서 서로의 허물을 벗겨주는 사이가 진정한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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