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36) 亢 (목 항)

나무^^ 2008. 7. 10. 18:4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36)                                                     

                                                                                    2008. 6. 16 (월) 영남일보

           亢 (목 항 : 몸과 머리 사이에 목을 나타낸 글자)

 

    

              사람의 머리와 몸의 중간에 자리해 몸이 머리를 바치고 있는 '목'을 뜻하는 글자가 곧 '亢'(목 항)이다.

             '목'이라는 뜻과 함께 지극히 '높다'는 뜻도 있다.

              깊은 늪 속에 사람이 빠졌다고 치자. 점점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다

              처음에는 정강이까지 빠지고 다음에는 배꼽까지 빠지다가 급기야 목까지 늪 속으로 빠져 든다.

              결국 늪에서 목이 잠길 정도라면 도저히 스스로 살아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옛말에 "욕심이 멱(목)까지 차면 죽는다"고 한 것도 이런 비유에서 유래했다.

              일찍이 '회남자'(淮南子)도 "스스로 늪에 빠져 죽는 자는 도저히 건져낼 수 없다.

             (自沈于淵而溺者, 不可以爲抗)"라고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여기에서 쓰인 '抗'은 아무리 목숨을 걸고 손써서 건지고자 할지라도 건져낼 수 없다는 강력한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抗'은 곧 '亢'(목 항)에'手'(손 수)를 붙여 쓴 것이다.

              동양 고전 중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받들어져 온 '주역'에서도 "끝까지 올라간 용은 뉘우침이 있으리라

              (亢龍有悔)"하였는데, 이 대목을 공자는 "항이란 말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 날 줄을 모르며,

              보존할 줄만 알고 망할 줄은 모르며 얻음만 알고 잃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亢之爲言也, 知進而不知退, 知存而不知亡, 知得而不知喪)"라고 풀이했다.

              송나라 때의 명신 사마광은 어려서부터 남다른 지혜가 있었다.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큰 물독 속에 빠져 꼼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아이를 두고

              다른 아이들은 허겁지겁 다 도망쳤는데, 오직 그 만이 큰 돌로 그 독을 깨트려 친구를 무난히 살려냈다.

              아우성이나 발버둥만으로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면 반드시 도가니를 깨주는 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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