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36)
2008. 6. 16 (월) 영남일보
亢 (목 항 : 몸과 머리 사이에 목을 나타낸 글자)
사람의 머리와 몸의 중간에 자리해 몸이 머리를 바치고 있는 '목'을 뜻하는 글자가 곧 '亢'(목 항)이다. '목'이라는 뜻과 함께 지극히 '높다'는 뜻도 있다. 처음에는 정강이까지 빠지고 다음에는 배꼽까지 빠지다가 급기야 목까지 늪 속으로 빠져 든다. 결국 늪에서 목이 잠길 정도라면 도저히 스스로 살아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일찍이 '회남자'(淮南子)도 "스스로 늪에 빠져 죽는 자는 도저히 건져낼 수 없다. (自沈于淵而溺者, 不可以爲抗)"라고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여기에서 쓰인 '抗'은 아무리 목숨을 걸고 손써서 건지고자 할지라도 건져낼 수 없다는 강력한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抗'은 곧 '亢'(목 항)에'手'(손 수)를 붙여 쓴 것이다. (亢龍有悔)"하였는데, 이 대목을 공자는 "항이란 말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 날 줄을 모르며, 보존할 줄만 알고 망할 줄은 모르며 얻음만 알고 잃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亢之爲言也, 知進而不知退, 知存而不知亡, 知得而不知喪)"라고 풀이했다.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큰 물독 속에 빠져 꼼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아이를 두고 다른 아이들은 허겁지겁 다 도망쳤는데, 오직 그 만이 큰 돌로 그 독을 깨트려 친구를 무난히 살려냈다. 아우성이나 발버둥만으로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면 반드시 도가니를 깨주는 이가 있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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