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34)
2008. 6. 9 (월) 영남일보
血 (피 혈 : 그릇에 피를 담아놓은 모양)
|
그릇(皿 그릇 명)에 피를 담아 놓은 모양을 본떠 '血'(피 혈)이라 하였다.
'血' 밑에 '人'(사람 인) 세 글자를 붙여 '많은 무리'를 뜻하는 '衆'(무리 중)자를 만들어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은 해가 뜨면 일어나 사냥터로 나가 짐승을 잡되,
무리를 지어 힘을 모아 작업을 하다가 해가 지면 각자 자신들의 동굴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그래서 무리를 나타내는 글자는 '日' 밑에 세 사람을 받쳐 썼다.
그러다가 점차 종족간의 정복욕이 싹트게 되자,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연 발생적으로 무리를 짓던 일은
그 의미가 축소되고, 그 대신 종족간의 싸움이 벌어지면 종족의 일원으로서 싸움에 동원되어 피를 바쳐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이행을 강조하는 글자로 바꿔지게 되었다.
즉 종족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그 종족을 상징하는 깃발 아래 너나없이 모인다는 뜻에서
'旗'(깃발 기)는 '이것저것'은 물론, '그것'(其)까지 사방(方)으로흩어졌던 족속(人)들이 모이는 구심점이라는
뜻이다. 이때에 자신의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무기'(矢 화살 시)를 들고 나타나기 때문에
'旗'에 '矢'를 합성시켜 '族'(일가 족 또는 겨레 족)이라 했다.
그들은 전쟁에 앞서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데 이때에 쓰는 희생물은 '소'이다.
이 '소'를 바쳐 간절히 승리를 안겨 달라고 빌기 때문에 '告'(아뢸 고)자는 가장 아쉬울 때에
소를 바치면서 입이 닳도록 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요지는 '신(示 귀신 신의 본디글자) 앞에 무기(斤)를 내놓고 이 무기로 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고, 나아가 목숨(壽)을 부지할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는 처절한 소망이라,
이것이 곧 '祈禱(기도)'의 어원이다.
온 무리가 피를 바침과 동시에 피를 머금어 맹세하였으므로
'衆'(무리 중)은 '血'밑에 많은 사람을 붙여 만들어지게 된 글자다.
'말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 頁 (머리 혈) (0) | 2008.07.13 |
---|---|
(36) 亢 (목 항) (0) | 2008.07.10 |
(34) 角 (뿔 각) (0) | 2008.07.09 |
(33) 思 (생각할 사) (0) | 2008.07.06 |
(32) 心 (마음 심) (0) | 200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