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 (월) 영남일보
角 (뿔 각 : 짐승의 머리에 굳은 살로 돋아난 모양) 짐승의 머리에 굳은살로 돋아난 모양을 본뜬 글자가 '角'(뿔 각)이다. 뿔은 뼈가 아니라 굳은살로 짐승의 머리 양쪽 좌우에 각각 하나씩 돋아난 것이다. 뼈가 아닌 살이기 때문에 '肉'(고기 육)에 돋아 자라나는 현상을 덧붙여 만든 글자가 곧 '角'이다. 상형은 상형이지만 상형 위에 다시 상형을 덧붙인 글자이기 때문에 이를 '증체상형(增體象形)'이라 한다. 그 뿔은 단지 좌우 양쪽에 돋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뿔을 받치고 있는 밑바탕이 크고 넓어야 뿔도 튼튼하고 뾰족하게 자라 제대로 방어할 수 있다. 그래서 '뾰족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尖'(뾰족할 첨)도 '大'를 밑받침으로 두고 그 위에 '小'를 올려놓은 것이다. 즉 뾰족하게 높이 쌓으려면 우선 넓게 자리잡고 그 위에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된다는 말이다. 여태껏 지내온 역사를 알고 그 내력을 잘 알아야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밝혀낼 수 있다는 말이며, 그래야만이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질 수 있다는 무서운 말이다. 흔히 말하는 첨단산업이니 첨단과학이니 또는 첨단이론이니 하는 첨단의 모든 것들은 반드시 이미 이루어져 있었던 기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토대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길 수 없는 주문이며, 단단한 머리에 박힌 두 눈 위에 건장하게 솟아오른 두 뿔은 물렁한 살 덩어리 전체를 반드시 지켜내야 된다는 굳은살로서의 각오가 아니겠는가?
머리 양쪽에 뿔이 난 것은 네 발 짐승의 특징으로 적을 감지할 수 있는 눈 위에 뿔이 있어야 하고,
공자는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야 가히 스승이 될 만하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 했다.
좌우 양쪽으로 뿔이 돋아난 것은 자신의 중심을 유감없이 잘 지켜내야 된다는 일종의 지상명령과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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