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물들이던...
나무
뒷마당 울밑에 핀
여리디 여린 고운 꽃잎을
고사리 작은 손 똑똑 따 담던 날
짓이겨진 검은즙 쪼그만 손톱에 올려지고
꽁꽁 싸맨 작은 손가락 밤새 뒤척이다 잠든다.
쫙 펴본 손가락
온통 검붉게 물든 아침
하루 이틀 며칠 낯을 씻고나면
그 여름이 다 가도 붉은 손톱 눈길을 끈다.
여자가 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시절
봉숭아 꽃잎 지워지지 않는 붉은 손톱 되는 일은
그저 엄마랑 함께 한 예쁜 장난 정겨운 놀이였다.
화장품 가게 반짝이는 빨간 메니큐어
봉숭아 물 잊혀지고 손톱 발톱에 칠해진다.
엄마랑 나눈 어린 시절 정다운 예쁜 꿈이 사라진다.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 하룻밤 수고도 없이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