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울산 대왕암)
이 빠지다
나무
황당하게도
밥을 먹다 연이은 송곳니 두 개가 툭 떨어진다.
세상에, 반짝거리는 화려한 금니 속이 텅 비었다.
삼십여년을 버틴 안전했던 집이 텅 비어버렸다.
지난 번 치과의사와의 악연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마취주사를 놓고 또 놓아도 도무지 남은 뿌리를 뽑을 수가 없다.
전신을 찌르는 무서운 통증, 삐뚜러진 입을 한 채 그냥 돌아왔다.
염증 치료한 다음 날, 벌벌 떨며 빠진이 두 배나 큰 뿌리를 뽑았다.
아흔 넘어 가실 때까지 치과 한 번 안 가신 아버지 튼튼니는 안 닮고
평생 누구에게도 아쉰 소리 안 하시던 그 性質만 받은 모양이다.
휴, 친구가 만나자는 메세지, 전화가 온다.
늘 있던 자리가 빈 허망함이 마음까지 그득하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려 호국룡이 되었다는 문무왕의 전설처럼
삭아버린 이 대신 굳건한 아버지의 영혼이 내 안을 채우길 빈다.
아직도 얼얼한 혀
아픈 잇몸 임시로 채운 의치
모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살아가는 건 언제나 참고 견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