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2)
2008. 12. 22 (월) 영남일보
一 (한 일 : 한 획을 가로 질러 하늘을 나타냄)
세상에서 가장 높고도 큰 것은 '하늘'이다. 때문에 '하늘'을 상징하는 글자로 '一'(한 일)을 만들었다.
만물을 다 덮고 있는 것이 하늘이므로 '一'은 높은 하늘,·변함없이 가득함을 뜻하고,
나아가 만물을 만든 원인이 곧 하늘이기 때문에 각기 만들어진 개체를 셈하는 첫 번 또는 개체를
뜻하기도 한다.
일찍이 후한의 어문학자 허신(許愼)도 "오직 애당초 음양을 갖춘 인식 밖의 태극이 있었다.
그러나 논리적 방법상 하나로부터 말할 수밖에 없다. 이 하나가 짝을 불러들여 '하늘과 땅'이 몫을 다해
만물을 짓고 변화시켜 냈다."(惟初太極 道立於一 造分天地 化成萬物)(설문해자)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태극이란 인간 인식 밖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이미 태극 그 내부에 음과 양을 포함하고 있는
천지의 원형을 뜻하며, 논리적 전개상 움직임으로써 '一'(하늘)이 짝을 불러들여 '二'(하늘과 땅)가 되어
하늘은 땅에게 씨앗을 잉태시키고, 땅은 잉태된 씨를 길러내는 것이 어김없는 자연의 도리라는 말이다.
따라서 태극이 낳은 만물의 하나하나가 또한 '태극'이며,
천지간에 널려 있는 만물 하나하나가 또한 태극이기 때문에 태극은 곧 무극이라 말할 수 있으니 ,
'태극이 무극이요 무극이 곧 태극이다'(太極卽無極 無極卽太極)(주자어록)라 했다.
노자도 "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았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도덕경)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태극은 도요, 일은 하늘(父)이며, 이는 땅(母)이며, 셋은 부모가 낳은 자녀(子女)를 말함이다.
부모가 자녀를 낳고, 자녀가 부모가 되어 또 자식을 낳고, 이렇게 짐승이 짐승을 낳는 이치가
만물이 끝없이 불어 나가는 기본적 원리이기 때문에 '셋이 만물을 낳는다'고 말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셋은 둘 사이에서 끼었다가 나온 '새끼'라는 말이며, 새끼가 커서 다시 새끼를 낳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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