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64) 王 (임금 왕)

나무^^ 2009. 1. 14. 00:5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4)                                                     

                                                                                        2009. 1. 5 (월) 영남일보

                王 (임금 왕 : 천지인 등 만물을 다스리는 어른)

 

 

                     사람을 중심으로 본 이 세상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한나라 철학자 동중서(董仲舒)도 "옛날 글을 만든 이가 세 획을 연이어 그은 그 가운데 획을 일컬어

                    '왕'이라 하였으니 세 획은 천지인을 뜻함이라, 사람은 물론 천지까지를 다스리는 이가 곧 '왕'이다"

                    (古之造文者, 三畵而連其中謂之王. 三者, 天地人也, 而參通之者, 王也)라고 했다.

                    즉 하늘과 땅과 그리고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고스란히 꿰뚫어 다스리는 어른을 일러 '王'(임금 왕)이라 했으니

                    이 점에 대해서는 공자도 "하늘과 땅과 사람을 하나로 꿰뚫어 다스리는 이를 왕이다"(一貫三爲王)라고 했다.

                    하늘은 한없이 높고 땅은 더없이 넓으며, 그 바탕으로 보면 하늘은 허공이기는 하나

                    다만 해와 달로 하여금 낮과 밤을 끊임없이 이어 가도록 해 한없는 시간을 내놓고,

                    땅은 하늘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며 만물을 실제로 낳고 기르고 거두는 넓은 공간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오직 사람만은 하늘이 내놓은 이 시간과 땅이 제공해 놓은 이 공간을 알맞게 이용해 가며

                    만물을 차분히 다스려 갈 줄 아는 머리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만물을 잘 다스려 가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예부터 "하늘이 덮고 땅이 실은 이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다."(天覆地載, 唯人最貴也)라고 했다.

 

                    따라서 '만물의 영장'인 사람 중에서도 더욱 하늘의 뜻에 밝아 그 하늘의 뜻을 땅위에 잘 펼쳐 나갈 수 있는

                    가장 영특한 이가 앞장서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기때문에 이런 이를 '王'이라 꼽고,

                    이는 곧 하늘의 뜻을 가장 잘 알아차리는 어른이라, 구슬을 뜻하는 '玉'(구슬 옥)과는 달리

                    중간의 획을 되도록 하늘 쪽으로 올려 썼던 것이다.

                    그리고 숲속의 모든 새들이 어김없이 따르는 위엄있는 큰 새라는 뜻으로 상징되어

                    이른바 '숲속의 맹금'(林禽)이 곧 '임금'의 어원이며, "천하가 다 돌아가 의지하는 존재"(天下所歸往也)라는

                    뜻에서 '王'은 '往'(갈 왕)의 소리를 취했다 하니 왕은 왕 노릇을 잘 해야 '王'이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 나라의 왕은 지존(至尊)한 신분으로

                    첫째 백성을 살리고 죽이는 생살권(生殺權),

                    둘째 나라 재정을 자신의 의도대로 쓸 수 있는 예산권(豫算權),

                    셋째 특수신분만이 누릴 수 있는 향락권(享樂權) 등 막강(莫强)한 힘을 지녔다.

                    그러나 그토록 높은 왕이 결과적으로 폭군이었느냐 아니면 성군이었느냐 하는 역사의 평가는

                    다만 그 같은 큰 힘을 백성을 위하고 쓰고 백성과 더불어 즐겼느냐 아니면 백성의 뜻과는 전혀 달리

                    제 멋대로 쓰고 제 멋대로 즐겼느냐 하는 데 있다.

                    즉 "이맘을 보존했던가 아니면 이맘을 잃었던가"(存此心 亡此心)(書經序)라는 말은, 

                    항상 역사의 평가는 준엄하여 속일 수 없는 법이다.

                    나아가 순자(荀子)의 말과 같이 "물은 능히 배를 띄울 수도 있으나 능히 배를 엎을 수도 있다."

                    (水能載舟, 水能覆舟)라고까지 여겼다. 참으로 이보다 더 준엄한 말이 어디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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