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0)
2008. 12. 8 (월) 영남일보
上 (위상 : 큰 것 위에 작은 것이 있음)
'위'와 '아래'는 큰 것을 중심으로 작은 것을 대비하여 처음에는 큰 것을 큰 획으로 삼고,
작은 것을 작은 획으로 가로질러 '위'나 '아래'라는 글로 썼다.
그렇게 쓰다 보니 '二'(두 이)와 혼동되어 다시 큰 획을 바탕으로 각각 '위'나 '아래'로 세로획을 그어
'위'와 '아래'를 나타냈다. 이런 발상은 사물의 크기를 본떠서 만든 상형(象形)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책상위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고 할 경우에 책상이 큰 것이고, 고양이가 작은 것이기 때문에
일단 책상을 큰 획으로 가로질러 놓고 그 위나 아래에 작은 고양이를 작은 획을 가로질러 놓든지,
아니면 작은 것을 세로로 세워 놓아 '위와 아래'를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쓰임대로 '上下'(위와 아래)로 쓰기에 이르렀으니,
사실 '上下'라는 두 글자는 이런 경로를 거쳐 이룩된 글자다.
그래서 위와 관계가 깊은 '帝'(임금 제)는 첫 획을 가로질러써도 되고, 세로로 세워 써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를 나타내거나 사물의 개체수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동원된 원리를 '指事'(사물간의 상태를 가리킴)라 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보면 대부분 이 같은 방법 역시
'象形'(상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上下'라 하여 '위'를 먼저 말하고 나서 '아래'를 뒤에 두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주나라 이전의 은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上下'라 쓰지 않고 대부분 '下上'이라 썼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흙이나 돌을 쓰던 때를 지나 땅속의 쇠붙이가 도구로 사용될 수 있었기에 '陽陰'(빛과 그늘)이라 하지 않고
철저하게 '陰陽'이라 하였다는 사실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上下'니 '下上'이니 하는 원칙에 대한 논란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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