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갈 만하다. 더구나 기발하다니...
블랙유머의 대가라는 핀란드의 유명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작품착상이 독특하고 풀어가는 내용이 꽤 재미있다.
2004년 '유럽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자살에 실패한 두 중년 남자의 단합에서부터 시작하여 서른명에 이르는
집단자살자들이 자살하기 위해 적절한 장소를 찾아가는 비장한 여정에서 오히려 삶의 의욕을 찾아가는
긍정적이고 온정어린 이야기이다.
글의 끝부분에 그들을 위해서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던 반장이 과로로 쓰러지는 장면이다.
'용감하게 양파껍질을 벗기던 사람은 의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담뱃불이 손가락을 태웠고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반장은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마음이 홀가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필요가 없었다.
죽음은 알아서 수확을 거두어간다.'
정작 죽으려던 사람들은 사고로 인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시 잘 살아간다.
의미심장하지만 유머러스한 사회비판, 나약한 인간의 본성과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깊은 인식이 담담하게 드러난다.
살인은 100건에 불과한데 매년 1500여건의 자살이 일어난다는 핀란드의 우울한 지리적 조건과
자살에 실패하지 못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우울함을 생각하게 한다.
명절이면 귀향하기 위해 떼를 지어 몰려가야하는 우리 민족의 귀소본능은 잠시라도 삶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따스함, 이보다 더 위안이 되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가 되면 모두 죽는다. 어느 한 사람도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이다.
'죽음과는 유희할 수 있지만, 삶과는 유희할 수 없다. 만세!' 작가의 이 말은
살아있는 날들을 어떻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지 인식하게 한다.
위 사진은 유럽의 가장 서쪽끝이라는 포루푸갈 로드 곶 해안의 모습이다. 아주 특별한 느낌이었다.
마치 그들이 찾아갔던 지구상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는 얼음장 같은 노르카프 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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