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동아일보 문화컬럼 '버려져야 찿게되는 것들' (이주향 글)을 읽으며 공감했다.
글쓴이는 유아시절 아빠에게 거절당한 첫사랑의 기억이 인간관계의 체념을 익히게 한 건 아니었을까 말한다.
그렇다면 나의 어린시절 큰오빠의 죽음은, 내가 경험한 가장 첫번째 사랑의 상실이라고 하겠다.
내 기억에 큰오빠는 집에 돌아오면 애정표현이라고는 하지 않으시던 아버지를 대신하듯
나를 번쩍 들어올리며 뽀뽀를 해주곤 했다. 나는 오빠에게 이성으로서의 애정까지도 품었는지 모르겠다.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어 가정교사를 하여 번 용돈에서 허약한 막내동생에게 영양제를 사다 먹이던 오빠,
그런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빨간색 크레파스를 입술에 발라본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군대 다녀와 대학 졸업반이었던 오빠가 갑자기 어느 날 사라졌을 때 나의 당혹스러움은
자주 환상으로 나타나 오랫동안 눈물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글쓴이는 '나는 운명에 밀린 사람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운명에
뒷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져, 쓰러진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 역시 그러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버림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힘에 밀려 버려지기 전에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일은,
대단히 막막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슬픈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으로 버림을 당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젊음이 사라지고, 직장에서 퇴직하며, 자식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때론 믿고 사랑하던 배우자가 떠나기도 한다.
심지어 멀쩡하던 건강까지 사라지며 심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버려짐'이 인간이 통과해야 할 중요한 통과의례라고 하지만,
모든 것에 버림을 당할지라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무너지지 않는 내 마음이다. 우리가 쉽게 절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겨움만 있지 않은 삶은 샘물처럼 행복한 시간들을 부여하기도 하여 고단한 아픔을 치유하게 한다.
2009년, 나는 행복했다. 내 마음의 밝은 햇살과 함께...
여행을 통하여 많은 낯선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모두를 사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한없이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며 더욱 더 자신을 낮추어야 하는 정화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 시간이었다.
승마, 영상 클래식 음악감상도 내 마음을 즐겁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읽는 일과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내 삶의 위안이자 멋진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12월 30일, 지인의 권유로 함께 아프리카 여행을 한달간 또 떠난다.
체력이 약하고 나이도 많은 내게 이 여행은 많이 지치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주어지는 도전에 감사히 응함으로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서 탈출하는 기쁨을 누린다.
삶은 내가 심는대로 거두는 인과응보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지혜로운 자기주도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내 삶이 꼭 남과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수고한 내 삶의 어느 하나도 헛되이 버려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또 한편 그 어느 하나 헛되지 않은 것이
세상에 있던가! 그것이 자연이고 순리인 것을...
내 마음을 잘 지켜보고 다스리는 일이 곧 평안에 이르는 길일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도 2009년 감사하고 기쁜 일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사느라 고단했던, 때로는 아프기도 했던 상처들을 감싸고 아물게 할 것이다.
모두 내 마음의 작용에서 비롯된 일에 불과했다는 자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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