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90)
2009. 7. 13 (월) 영남일보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였다. 아무리 가벼운 백지장이라 할지라도 두 사람이 마주 들면 훨씬 낫다는
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더불어'라고 하였으니 하나가 하면 하나일 뿐이지만
더불어서 둘이 하면 하나에 하나를 보탠 것보다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더불어'라고 말한 것이다.
어찌해서 남자 하나가 제 아들을 낳을 수 있으며, 여자 혼자서 제 딸 하나인들 낳을 수 있겠는가?
도저히 더불어 힘쓰지 않으면 하나에서 그칠 뿐이라는 진리가 곧 '더불어'라는 말 한 마디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하늘이 아무리 높다한들 그 하늘을 받쳐주는 땅이 없고서 어찌 하늘이 홀로 하늘일 수 있으며,
높은 산이 높다고 한들 끊임없이 받아주는 바다가 없으면 어찌 산이 홀로 산일 수 있겠는가.
산은 위로 높아 산일 수밖에 없고 바다는 아래로 깊어 바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음양의 조화이니,
산과 물이 각각 완연히 늘어져 있는 이 바탕 위에서 새는 거침없이 푸른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제 멋대로 힘껏
뛰노는 것이다.
사람을 태우고 두 사람이 각각 앞과 뒤에서 더불어 들어 옮겨가는 옛날의 교통수단을 일러 '輦'(가마 련)이라 하였고,
바다 속의 산처럼 우뚝 솟아 물새들의 휴식처가 된 제법 너른 곳을 '島'(섬 도)라 하였으며,
옹기종기 모인 작은 섬들을 일러 '嶼'(여러섬 서)라 하였다.
같은 수레라 할지라도 수레의 몸체가 무엇에 의해 이끌려가느냐에 따라 수레를 나타내는 소리도 달랐으니,
사람이 직접 들어 올려 들고 나갈 때에는 '거'라 하였고 바퀴를 쓰고 엔진을 써서 나갈 때에 이르러서는 '차'라 하였다.
똑같은 차를 두고도 발로 굴려서 돌아가는 차를 '자전거(自轉車)'라 하고, 엔진을 달아 동력으로 굴러가는 차를
'자동차(自動車)'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인 것이다.
더불어 가는 주체가 소나 말일 때에는 '우거(牛車)' 또는 '마거(馬車)'라 하는 것이 옳지 '우차'니 '마차'니 하는 말은
원칙적으로 온당치 않은 말이며, 무심코 쓰는 '자전차'라는 말도 정확한 원리로 보면 틀린 말이라 할 수 있다.
언제나 더불어 만들어 쌓아 놓으면 산처럼 높아지고, 산처럼 높은 곳에서 흐르는 물은 낮고 낮은 곳만을 골라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산에서 뱉은 물은 어떤 물이나 필경 바다가 다 받아들일 따름이니 이런 까닭에 바다란
곧 '다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바다'라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산은 항상 높다고 버티고 있어 높은 듯하나,
바람에 흩어지고 물에 씻겨 내리기 때문에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다는 그 물을 가리지 않고 어김없이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깊은 맛을 잃을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손과 손이 제대로 맞아 서로 조화를 이뤄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톱니바퀴가 도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그래서 '조화'는 언제나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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