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95)
2009. 8. 17 (월) 영남일보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을 두고 그저 사람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人間)라고 말한다. 모든 사물들이 다 제각기 자리 잡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나름대로 제 생리에 걸맞게 모여 산다.
이런 뜻을 '주역'에서는 "비슷한 것들끼리 장소를 같이 하여 모여 살고, 물성이 같은 것들끼리 제각기 그룹지어
이런 뜻을 '주역'에서는 "비슷한 것들끼리 장소를 같이 하여 모여 살고, 물성이 같은 것들끼리 제각기 그룹지어
산다"(方以類聚, 物以群分)고 하였다. 즉 사슴은 산꼭대기도 아니고, 평야도 아닌 숲속에 모여 살기로
'사슴'(鹿)에 '수풀'(林)을 상하로 붙여서 사슴이 사는 '산기슭'(麓)이라 하였고,
똑같은 '기러기'들도 강의 상류 쪽인 언덕에 모여 사는 '작은 기러기'를 '안(雁)'이라 하고,
물이 넓은 강 하구에 모여 사는 '큰 기러기'를 '홍(鴻)'이라 하였다.
사람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제 나름대로 환경이 쾌적한 곳에 모여 살게 마련이고,
사람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제 나름대로 환경이 쾌적한 곳에 모여 살게 마련이고,
가난한 빈민층은 대부분 자신들의 수준에 걸맞은 곳을 찾아 서로의 시름을 달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모여 산다는 조건만이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생명체들은 모여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외형상의 조건
외에도 한편 서로가 경쟁을 통해 삶을 유지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상의 조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이 '싸움'이라는 말은 모여 살고 경쟁해야 한다는 두 조건에서 비롯되는 일로, 어떻게 하면 상대를
꼼짝하지 못하도록 에워싸 움츠러들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상의 문제를 말한다.
즉 '에워싸 움츠러들도록 하는 일'이 '싸움'이다.
싸움의 원인이야 뻔한 것이다. 모듬은 합하는 원리임에 반하여 경쟁은 나눔의 원리이다.
싸움의 원인이야 뻔한 것이다. 모듬은 합하는 원리임에 반하여 경쟁은 나눔의 원리이다.
이 두 원리가 합리성을 잃으면 바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나친 경쟁(분리)도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무리한 모듬(일체)도 '큰 싸움'일 뿐이다. 가진 자는 없는 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없는 자를 지나치기 쉬운 데 반하여,
없는 자는 가진 자에게 왜 몰라 주냐고 원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싸움의 처음 발단은 손에 쥔 자(尹)를 향한
새로운 손의 도전이고, 심리적으로는 왜 나를 몰라주고 그대로 지나치냐 하는 원망이 원인이다.
이런 뜻에서 공자는 말하기를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이런 뜻에서 공자는 말하기를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닌가?"
(人不知不 不亦君子乎)라고 한 것은 원만한 모듬살이를 높이 여기는 도덕적 인간들에게는 감로수와도 같은 금언이다.
무리하게 무기(戈)를 앞세워 단일화(單)시키려는 일도 '싸움'(戰)이요,
두 사람이 서로 소리쳐 말로 다투는 일도 '싸움'(競)이며, 두 장수가 제사권을 놓고 서로 무기로 다투는 일도
'싸움'(鬪)이다. 그런데 그 원인은 역시 쥔 자와 없는 자가 벌이는 일이라, 가볍게는 '競爭', 크게는 '戰爭',
치열하기로는 '鬪爭'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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