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96) 史(역사 사)

나무^^ 2010. 3. 26. 12:59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96)                                                     

                                                                                            2009. 8. 24 (월) 영남일보

                       史 (역사 사 : 중심을 잡고 기록하는 일) 

 

 

             손에 붓을 잡고 중정을 잃지 않고 진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일을 일러 '史'(역사 사)라 한다.

                그런데 기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움직임을 적어내는 것이요, 또 다른 하나는 말씀을 적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움직임과 말씀이 서로 일치가 되어야 중심을 잃지 않고 쓴 기록이라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임금의 움직임을 적는 자는 왼쪽에 앉고, 말씀을 적는 자는 오른쪽에 앉아 있기로

                이들을 각각 左史와 右史라 했다. 즉 적는 일은 손으로 하기 때문에 손에 헤아림(工)을 뜻하는 글자를 붙여 '左'라 하고,

                말(口)을 뜻하는 글자를 붙여 '右'라 하였다.

                그래서 중도를 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左와 右가 골라 맞아야 中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며,

                표정과 말씀이 일치해야 올바른 역사의 기록이 된다는 뜻에서 '史'라 하였으며 이를 기록하는 관리 또한 左史와 右史가

                담당하였다.

                흔히 역사란 기록을 중심으로 두 시대로 나눈다. 기록 이전의 때를 일러 선사(先史)시대라 하고,

                기록 이후의 때를 일러 역사(歷史)시대라 한다. 따라서 기록 이전의 일을 살피려면 발굴되는 유물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고, 기록 이후의 일을 살피려면 일차적으로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소리(音)가 있은 연후에 말(義)이 있었고, 말이 있은 연후에 글(形)이 있게 되었으니 굳이 기록의 수단만으로 한정지어

                살펴볼 지라도 말에서 글로 옮겨지는 그림문자(象形)가 등장한 때로부터를 역사시대라 보는 것도 옳은 일이다.

               '歷'(지낼 력)이란 끊임없이
땅에 곡식을 가꾸어 삶을 유지해온 지난 시간들을 뜻하고, 한편 '史'(역사 사)는

                기록을 통해 삶을 적어온 나날들을 통틀어 말함이니 즉 '삶과 기록'이 역사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투쟁사다. 모여 사는 모듬의 틈바구니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더욱 크게 드러내려는 억센 몸살이

                곧 '전쟁'이요, 개인과 개인끼리의 잘난 모양새를 갖추려는 몸부림이 '경쟁'이며, 크고 작은 모든 싸움의 치열한 형태를

               '투쟁'이라 한다.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소용돌이 속에서 빼앗았던 기쁨의 역사가 승리의 역사라면,

                빼앗겼던 슬픔의 역사 또한 패배의 역사인 것이다. 그러나 승리도 패배도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역사가

                보여주는 큰 가르침이다.

                민족이라는 한 모듬의 역사를 두고 볼지라도 그렇다. 특히 대륙과 섬 사이에 놓여 있는 반도로서의 우리의 역사는

                지킴과 빼앗김이 반복된 '투쟁의 역사'라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빼앗김은 소멸을 뜻하나 지킴은 보존을 의미한다.

                이 소멸과 보존 사이에 그나마도 보존된 것이 곧 오늘의 보물들이요, 이런 보물들은 문화적 가치가 훌륭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문화재'(文化財)라 말한다. 해인사 대장경이 그렇고, 불국사 다보탑이 그렇고, 남대문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유물적인 문화재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더욱 값진 우리의 소중한 문화는

                오늘날까지 내려와 있고 없고 하는 문제를 떠나 이런 우리의 것들을 소중하게 지켜내려는,

                또 지켜가려는 우리의 힘찬 의지가 더욱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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