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97)
2009. 8. 31 (월) 영남일보
대나무(竹)처럼 가느다란 가지를 손(又)에 쥔 모양을 일러 '支'(지탱할 지)라 한다.
손에 쥘만한 정도의 나뭇가지를 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나무에서의 가지를 '枝'(가지 지)라 하고,
이 가지는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므로 '가르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손에 쥘만한 가느다란 가지는 한편 자식을 가르치는 사랑의 매로도 쓰이기 때문에 손(又)에 나뭇가지,
즉 회초리를 쥔 모양에서 회초리를 뜻하는 글자로는 '枚'(회초리 매)가 있다. 그래서 가지의 본디 글자인 '支'와 회초리,
또는 회초리를 쥐고 가르치다는 뜻을 지닌 '攴'(칠 복)은 서로 통하는 글자이다.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 사람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애당초 곰을 길들이는 일도 '枚'를 써서 하고,
또 곰으로 하여금 각가지 재주를 부릴 수 있도록 지시하는 것도 '枚'로써 하기 때문에 '攴'에는 '가르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사람은 언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가?
어려서부터 온갖 행동의 근본이 되고 모든 착함의 으뜸이 되는 '孝'(효도 효)를 매질해 가면서
정확히 길러주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글자가 곧 '敎'(가르칠 교)인 것이다.
손에 나무 가지(支)를 쥐고 다시 손(又)을 써서 재주를 부리도록 한다는 뜻에서 '技'(재주 기)라 하였고,
예로부터 웃기는 재주가 많은 남자를 '伎'(광대 기)라 하였고, 남자를 잘 다루는 재주가 좋은 여자를 '妓'(기생 기)라
하였다. 동서남북 사방을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산중에서 갈 바를 모르고 헤매는 것은
갈래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중의 갈래길을 '岐'(산 갈래 기)라 하고, '路'(길 로)를 붙여 '岐路'라 한다.
옛 고사에 '多岐亡羊'이라는 말이 있다. 양치기 한 사람이 잃어버린 양을 찾아 갈만한 길을 따라 나섰다가
많은 갈래길에 이르러 허둥대다가 그만 놓친 양도 잃고, 뒤에 두고 온 양 떼까지도 고스란히 잃었다는 말이다.
흔히 우리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잘 나타낸 이야기다.
잃은 양 한 마리가 남겨둔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더 귀하고 가엾게 여겨진다는 말도 한편으로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섰다가 나머지 양떼를 모조리 잃는다면 이 또한 현실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큰 것과 작은 것이 단순히 숫자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산 갈래 길에서 잃은 작은 것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나머지 큰 것을 잃을 수밖에 없을 때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장자는 일찍이 말하기를 "섶나무는 다하여 타버리고 말지만 산에서 보충하여 들이면 불꽃은 끊임없이 섶에 붙어서
무궁하게 꺼지지 않는다(指窮于爲薪, 火傳也, 不知其盡也)"고 하였다. 나뭇가지 하나하나는 개인의 유한한 생명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은 끝이 없다는 말이다. 즉 유한한 개인의 생명이 무한한 생명을 향해 끊임없이
나갈 수 있다면 어차피 유한한 나도 편안하고 즐거우며, 나로 인해 타오른 불꽃도 무한한 생명을 지닌 채 끊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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