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99) 水 (물 수)

나무^^ 2010. 4. 29. 18:48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99)                                                     

                                                                                            2009. 9. 14 (월) 영남일보 

            水 (물 수 : 가운데는 빨리, 양옆은 천천히 흐르는 모양)

 

 

                    땅 위에서의 물은 낮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흐른다. 그런데 그 흐르는 모양을 잘 살펴보면

                    아무래도 한 가운데는 깊고 양 옆은 낮기 때문에 글로써 표현하기 어렵다.

                   '물'을 두고 가운데는 한 줄로 그은 '양(陽)', 양 옆은 '음(陰)'으로 나타낸 것이다.

                    한편 '물'의 속성을 살피면 언뜻 밖에서 어둡게 보이지만 속은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에

                    밖은 음(어둠)이나 속은 양(밝음)의 성질을 지닌 것이다. 그래서 깊은 물은 일단 '배'를 음으로 받아 들이고

                    양으로 띄우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물은 되도록 낮은 곳을 찾아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에 '주역' 팔괘 중

                    물을 상징하는 괘는 '土'(흙 토)에 '欠'(모자랄 흠)을 붙인 '坎'(구덩이 감)을 괘 이름으로 삼았다.

                    나아가 물은 산과 더불어 땅의 경계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이기 때문에 항상 어떠한 경계를 당해서는 주의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것은 하늘이나 낮은 것은 땅이다. 그런데 땅 가운데에서 높은 것은 산이지만 낮은 것은 물이다.

                    이런 점에서 동양화의 대표적인 소재는 산과 물을 한 폭의 종이 위에 그리는 이른바 '산수화'(山水畵)이다.

                    산은 한계를 나타내는 '限'(한계 한)을 뜻한 것이고, 물은 경계를 나타내는 '險'(위험할 험)을 나타낸 것이다.

                    옛 말씀에 "인간의 행로는 본디 산수음양의 조화를 찾아 굽이굽이 난 것이다"(道源山水陰陽調)라고 하였다.

                    그러하니 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라는 점을 알고 되도록 겸손해야 한다.
                    물은 만학천봉의 모든 골짜기에서 흘러나온 것을 하나로 긁어 모아 이미 겸양을 이루었으니

                    그 낮은 겸양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자칫하면 험난으로 바꿔지는 대상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옛 어른의 시조에 이르기를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보다 어려워라.

                    배도 말도 다 버리고 밭갈기나 하리라"는 명시조가 있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풍파(風波)도 어렵고,

                    굽이굽이 굽이친 구절양장(九折羊腸)도 결코 쉽지 않다.

                    풍파없는 뱃놀이는 참으로 재미있다. 그러나 놀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오직 재미에만 빠져 있다보면 여지없이

                    두둥실 뜬 배가 엎어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배를 띄우는 물은 곧 '백성'을 뜻하고, 물위에 뜬 배는 '군주'를 뜻한다.

                    그리하여 절대 봉건의 군주시대에서도 군주가 걸어야 할 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거리낌 없이 지적해 준 순자(荀子)는

                   "물은 능히 배를 띄우지만, 물은 능히 배를 엎을 수도 있다"(水能載舟 水能覆舟)고 말하였다.

                    물은 차갑고 불은 뜨겁다. 물은 낮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아래를 향해 스미거나 흐르지만,

                    불은 일단 나무에 붙으면 위쪽을 향해 타오른다. 그래서 물은 내리고 불은 오른다.

                    그렇지만 내릴대로 내려진 물이 더 이상 내릴 수 없을 때에는 반드시 불보다 더 무섭게 치솟아 오른다.

                    언제나 물결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무래도 바람결일 뿐이니 바람을 잘 재우는 것이

                    배가 뒤집히지 않는 가장 큰 비결임을 각골명심(刻骨銘心)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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