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9. 9. 28 (월) 영남일보
雨 (비 우 : 하늘에 뜬 구름이 물방울지어 흘러내리는 모양)
만물을 다 덮고 있으면서 만물에 저장된 물을 거두어 올려 말려 주기도 하고, 또한 거두어 올린 물기를
다시 '비'로 내려 주어 만물을 흠뻑 적셔 주기도 하는 하늘은 위대하다.
그래서 '하늘'을 '天'(하늘 천)이라고도 하고, 한편 '乾'(하늘 건)이라고도 한다.
'大'(큰 대)는 사람이 서 있는 정면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것인데, 이 위에 널리 덮인 무형한 존재를 '하늘'이라 일러
'天'이라 하였다. 하늘은 해를 운행시켜 만물을 적당히 말려 주기도 하고, 또는 적셔 주기도 하므로
'乾'이란 '하늘'이라는 뜻과 더불어 '말리다'라는 뜻을 가졌다.
물기를 걷어올리는 일과 적셔주는 일을 다 같이 하지만 일단 올려간 물기를 내려주는 일보다는
걷어올리는 일이 더욱 신비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적시다'라는 뜻으로 하늘의 작용을 말하지 않고
'말리다'라는 말로 하늘의 작용을 삼은 것이다.
땅위의 물기를 거두어 올린 것이 '하늘'에 작은 물방울로 엉켜 뭉게뭉게 구르며 떠도는 '구름'이라는 말이니
'구름'이란 '구르며 다님' 즉 '굴음'을 일컫는 말이다. 그처럼 굴러다니는 그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바람이 그 작은 물방울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놓기 때문이다.
땅위의 만물이 가뭄에 시달릴 때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바로 '비'이지만,
막상 떠돌아다니는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릴 수 있는 조건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그 작은 물방울을 뭉쳐 내릴 수 있도록 바람이 잘 불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가뭄에 구름을 보고 바람이 제 쪽으로 불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니 '바람'은 곧 '바람'인 것이다.
따라서 '雨'(비 우)의 첫 획은 '하늘'을 나타낸 것이요, ' '은 '구름'을 나타낸 것이며,
그 안에 '水'(물 수)는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나타낸 것이다.
'비'를 굳이 '비'라고 읽는 소리값은 아무래도 바람이 불어대는 그 때의 상태에 따라 나는 듯 떨어지기 때문에
날다는 뜻을 지닌 '飛'(날 비)를 따른 것이다.
고대 오행사상으로 말하면 '비' 자체는 위(하늘)에서 아래(땅)로 떨어지는 물방울이기 때문에
땅속과 땅위에 걸쳐 있는 나무와도 같다는 뜻에서 '木'이라 하였다.
그리고 땅위에 흐르는 물을 '土', 땅속으로 스며든 물을 '水', 얼어버린 물은 '金', 하늘 위에 뜬 구름은 '火'라 여겼다.
그래서 구름이 비로 내리는 그 자체를 위로 오른 '火'가 '木'을 통해 급기야 '水'로 스며들거나 흐르는 현상을
마치 남녀가 서로 기쁨을 나누는 일(男女相悅之事·남녀상열지사)로 여겨 '雲雨之情(운우지정)'이라 하였다.
그래서 남녀의 사랑도 직접적인 교류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중간의 소개쟁이가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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