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氷 (얼음 빙)

나무^^ 2010. 6. 19. 15:08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9. 10.. 26 (월) 영남일보

                     氷 (얼음 빙 : 물이 얼어 솟은 모양) 

 

      

               물의 형태는 다양하다. 보통 액체로 존재하지만 온도가 영하 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버리고

               다시 가열하면 끓어올라 수증기로 증발하여 구름이 된다. 물이 보통의 온도에서는 낮은 곳을 향해 흐르기도 하고

               그릇에 담겨 있기도 하지만, 일단 열을 가해 끓게 되면 물은 그 모양을 비틀면서 증발을 거듭하는데 이때에

               물이 제 모양이 아니라는 뜻에서 '沸'(끓을 비)라 하고, 끓을 때에는 증발해 오르기 때문에 마치 말이 제 몸을

               스스로 솟구치듯 오른다는 뜻에서 '騰'(오를 등)이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이 얼을 때에도 일정한 그릇에 담겨진 물은 제 몸을 부풀려 솟아 얼어 버리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물이 얼어 버린 상태를 '얼음 빙'이라 하고, 또 '水' 또는 '氷'이라 하였다.

               굳으면 '얼음'이요, 풀리면 '물'이요, 증발하면 '기'가 되니 일정한 모양이 없이 때때로 변하는 것이 바로
물이며,

               액체, 고체, 기체 하는 용어는 이 물을 표준삼아 정해진 용어이다.

               일 년 춘하추동 사계절을 두고 변화하는 모양을 보아도 물을 표준삼지 않을 수 없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는 너른 땅을 다만 '입춘'(立春)이 되었다고 따스한 햇살이 쉽사리 녹여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수'(雨水)가 바짝 뒤따라 나서서 봄비를 내려주어야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것이다.

               땅이 풀리고 얼었던 강물도 녹아야 겨우살이로 잔뜩 웅크리고 잠복해 있던 만물이 드디어 기지개를 펴고

               새 삶을 향해 뛰고 움직일수 있으니 봄을 알리는 부름의 소리는, 곧 봄에서만 울려 퍼지는 봄의 천둥소리'경칩'

              (驚蟄 ; 칩거를 깨우는 천둥소리)이다.

               봄을 지난 물오른 곡식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穀雨'(곡우)를 훨씬 지나 길을 적시며 풀잎에 맺히던 '이슬'(露)이

              '흰 이슬'(白露)로 변하면 이미 날은 가을로 접어들어 한 지붕 밑에 같이 살던 제비들은 강남으로 돌아가려 든다.

               그리고 '흰 이슬'이 차가운 이슬로 변해 내리는 '寒露'(한로)가 되면 기러기는 초대받은 양 어김없이 날아들고

               담장의 노란 국화는 찬 이슬을 즐기는 양 가을 소식을 전하는 듯 얼굴을 내밀며 청초한 모양을 자랑한다.

              '찬 이슬'이 '서리'로 변하는 '霜降'(상강)이 되면 겨울잠을 즐기는 뭇 벌레들은 모두 다 땅으로 숨고,

               물이 비로소 얼기 시작하여 점차로 땅마저 얼어붙기에 이르니 비나 서리 대신 '눈'이 내린다.

              

               이처럼 봄에는 비가 내리고, 여름에는 이슬, 가을에는 서리, 겨울에는 눈이 내리니 일 년 사계절 춘하추동의 변화도

               실은 물의 변화를 떠나 이해할 수 없고, 만물 또한 물의 다양한 모양과 관계가 없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봄물은 사방 연못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를 짓고 있구나.

               가을 달은 밝음을 더하는데 겨울 산마루에 푸른 솔은 더 더욱 빼어나다."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 라는 옛 시인의 말은 정말로 아름다우니

               춘우하로 추상동설(春雨夏露 秋霜冬雪)의 변화가 모두 이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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