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畵 (그림 화)

나무^^ 2010. 6. 24. 19:1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9. 11.. 9 (월) 영남일보

                   畵 (그림 화 : 붓으로 밭의 경계를 그린 모양)

 

 

                  그림이라 하면 먼저 풍경을 그린 것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어떤 풍경이나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토지의 구획을 구분하기 위해 그린 일종의 도면과 같은 것이라 한다.

                  이집트 문명에서 측량술의 발달은 나일강의 잦은 홍수가 주된 원인이었고, 그런 측량술의 발달은 기하학적 원리에 대한

                  깊은 연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황하나 양자강의 잦은 홍수로 자신의 토지구획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명시해 둘 필요를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도면을 그렸던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의 기하학과 걸맞은 산술과 도면이 중국에서도 발달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그림이라는 글자는 붓(聿)으로 밭(田)의 경계()를 그린 것이라는 뜻에서 '畵'(그림 화)라 하였고,

                  네 밭과 내 밭의 경계를 칼로 새겨 표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畵'에 '刀'(칼 도)를 붙여 '劃'(그을 획)이라 하였다.

                  어떤 일을 진행코자 하면 반드시 정확한 계획을 세워 그 계획표에 따라 선후를 가려가며 차분히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계획한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첫째,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하는 전체적인 구상을 밑그림이라 한다.

                  둘째, 일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과 인력등 모든 요소를 헤아리는 단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計'(헤아릴 계)라 하고,  

                  셋째, 진행의 순서를 정하는 일을 '劃'이라고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애당초의 구상(밑그림)이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일이 정확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진행의 순서가 옳아야 한다. 

                "아무리 하찮은 식물이라 할지라도 뿌리와 가지가 있듯이 복잡한 인간사도 먼저 할 바와 뒤에 할 바가 있으니

                 그 앞 뒤 할 바를 알면 곧 도에 가깝다 하리라"(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 대학)는 말처럼

                 마음먹은 일의 진행은 선후를 잘 가리는 데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그리며 살아 갈 것인가?

                 우선 정당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옳다. 정당한 밑그림이란 나만을 위한 그림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

                 즉 공동선(共同善)에 바탕을 둔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뒤에 그 그림이 명백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모양을

                 그리고, 색을 칠하되 앞과 뒤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형상을 정성껏 그리고, 자신의 마음 바탕에 깊숙이 갊아져 있는

                 진실을 힘껏 끌어내 혼신을 다하여 그려야 한다. 

                 그림이란 단순히 모양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일이 아니다. 사물과 똑같은 것을 굳이 그릴 일은 아니다.

                 그림 그리는 까닭을 사물을 그대로 그리는 단순 작업에서 찾아낼 것이 아니라, 바로 '진실(true)을 뽑아내는 일

                 (pick up)'이라 여겼기 때문에 서양인들도 '그림'을 일러 'picture'라 하지 않았던가.

                 진실의 가장 바탕은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공동선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밑그림이어야 하며,

                 이것의 진행은 결코 식지 않는 뜨거운 정으로 그려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눈속임일 뿐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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