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臣 (신하 신)

나무^^ 2010. 6. 28. 10:06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9. 12. 7 (월) 영남일보

                  臣 (신하 신 : 임금 앞에 몸을 굽힌 모양)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위와 아래는 말할 것도 없이 '하늘'과 '땅'이요, 전통 군주사회에서는 '임금'과 '신하'의 신분관계가

               곧 상하의 관계였다. 또 한 개인이 버젓한 백성이 되어 살아가는 모듬은 '지아비'와 '지어미'가 만나는 혼인이다.

               이런 까닭에 '주역본의'에서 소녀(少女)와 소남(少男)의 만남을 '咸'(다 함)이라 규정짓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지가 있은 연후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은 연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연후에 부자
가 있고,

               부자가 있은 연후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연후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은 연후에 상하가 얽혀져

               예의가 있게 된 것이다. (有天地然後有男女, 有男女然後有夫婦, 有夫婦然後有父子, 有父子然後有君臣,

               有君臣然後有上下, 有上下然後上下交錯有禮義)."

               첫째,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가 부부의 인연
을 맺는 까닭은 이미 남녀가 있기 때문이요,

               그 남녀가 있는 까닭은 이미 높은 하늘과 낮은 땅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부부의 만남은

               오직 젊음과 젊음의 만남이라야 서로가 삶을 오롯이 다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부부의 만남에서 '아비'와 '아들'이라는 부자의 상하관계가 성립되는 것인데,

               이같은 상하관계를 '나라'라고 하는 큰 모듬에 적용시키면 곧 '임금'과 '신하'라는 상하관계가 된다는 말이다.

               셋째, 부자와 군신의 상하관계를 일반사회에 적용하면 '어른'과 '아이'라는 상하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말이며,

               이런 수직적인 관계 규정 때문에 삶의 도리 또한 아래가 위를 섬겨야 한다는 '섬김'의 도리가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즉 지어미는 반드시 지아비를
열렬(熱烈)하게 섬겨야 하고, 아들은 아비를 효성(孝誠)으로 섬겨야 하며,

               신하는 임금을 충성(忠誠)으로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아비와 지어미는 각별하기 때문이요(夫婦有別),

               아비와 아들은 친하기 때문이며(父子有親), 임금과 신하는 의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君臣有義)는 까닭에서

               그렇다.

               천지의 상하에서 비롯된 수직적 인식이 남녀, 부부, 부자로까지 연계
되고 이런 인식이 군신과 장유로까지 미쳐

               급기야 "조정에서는 벼슬보다 더한 것이 없고, 향당에서는 나이보다 더한 것이 없다(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라는

               상하관계가 명백하게 규정지어졌다. 그리고 남녀 모두 가정에서부터 부모님께 효성을 다하여 섬기는 도덕적 훈련

               철저히 익혀 그 바탕 위에 "남자는 재주와 양식을 본받아 임금을 충성으로 섬길 것이며, 여자는 시집간 뒤에도

               자신의 처지를 굳게 지키며 지아비를 열렬히 섬길 것을 잊지 말 것이다(男效才良, 女慕貞烈)"(천자문)라고 하였다.

               전통놀이판으로 가장 즐겨 쓰는 '장기판'의 예를 들어 보자.

               졸병(卒兵)이 앞과 좌우로 한 칸씩 이동하는 것은 후퇴없는 일반 병사다. 상(象)이나 마(馬)는 그 이동에 걸맞은 일이다.

               차(車)와 포(包)도 그럴싸하다. 그러나 궁(宮)을 에우고 지키는 사(士)는 일단 궁 안을 벗어날 수도 없고,

               항상 임금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임금이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지체없이 힘써 몸으로 막아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궁 안을 지키며 자신을 굽혀 임금을 섬기는 모양을 곧 '臣'(신하 신)이라 하였으니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바뀐 이 시대에 다시 돌아볼 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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