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瞿 (놀랄 구)

나무^^ 2010. 9. 18. 15:19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3. 8 (월) 영남일보

                          瞿 (놀랄 구 : 새가 눈을 두리번거리는 모양)

 

 

              공중을 나는 새는 제 몸무게를 가볍게 타고 날아야 한다. 그러므로 뼈가 굵직할 수도 없다.

              물에서 노는 물고기들은 비늘이 몸을 싸고, 몸속에 부레가 있어 물위로 뜰 수 있다. 새는 비늘 대신 가벼운 깃털

              몸을 감싸고, 알을 내놓은 뒤 공중이 아닌 땅에서 품어 새끼를 쳐내야 한다.

              위로 오른 새들이나 물속을 헤엄치며 노는 물고기들이나, 타고난 제 모양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생명체가 노는 범위는 각각 다르지만 삶 자체는 타고난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 옛 글에도 이르기를

             "솔개는 하늘을 날고, 고기는 못에서 뛰논다(鳶飛戾天 魚躍于淵)"<중용>라 하였다. 즉 유형한 색(色)이 무형한 공(空)을

              위 아래로 담아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라(色卽是空 空卽是色)"는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솔개나 물고기가 저 너른 공간이 없다면 뛰놀고 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기 그지없다.

              이런 뜻에서 "고기는 물이 넓은 것으로 인하여 온 힘으로 뛰고, 새는 하늘이 빈 것을 믿어 마음대로 난다.

             (魚因水滑全心躍, 鳥恃天空任意飛)"는 옛 글을 대하면 가슴속이 시원하다.

              다만 미끼에 눈이 먼 물고기는 낚시바늘
에 입이 찢어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미끼를 물어 끝내 자신을 망치기에

             "그물로는 온 방죽의 고기를 다 잡을 수 없지만 낚시로는 다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새만 해도 그렇다.

              민첩하여 전혀 남한테 당하지 않을 듯 한데, 무엇이 두려워 끊임없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가슴을 조이고 사는 것일까.

              마음을 단단히 묶어 흩트러뜨리지 않고, 닥칠만한 일을 미리 겁내 조심하며, 두려움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

              태도는 조상을 섬기는 후손의 일이라 했다.

              봄이 돼 얼음
이 풀리면 맨 먼저 수달도 바위 위에 물고기를 잡아 진설(陳設: 제사나 잔치 때, 음식을 법식에 따라 상 위에

              차려 놓음)하고 운다 하며, 까마귀는 커서 늙은 어버이에게 먹이를 물어다가 바칠 줄 안다고 하여 '효조(孝鳥)'라 불렀다.

              반대로 부엉이나 올빼미 같은 놈들은 밤낮으로 새끼를 길렀으나 어미가 늙으면 구박이 자심한 물건이라 하여,

              그를 보면 보는대로 잡아 나무위에 걸쳐 놓는 습속이 있었기로 불효의 응징을 마땅히 받아야 할 새라는 뜻에서

             '梟(부엉이 효, 목매달 교)'라 했다. 

              떼지어 살아도 마구잡이로 살아가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살아가는 새는 기러기다.

              오를 때나 들판에 내릴 때나 질서정연하다. 무리가 모이를 찾아 먹을 때는 반드시 좌우에 망보는 새가 두리번거리며

              무리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 경계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끼룩-끼룩' 소리 질러 무리가 날아가도록 신호한다.

              날 때는 앞장선 길잡이가 입에 긴 풀잎을 물고 그물이 있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아 권속(眷屬)들을 빠짐없이 먼 곳까지

              인솔한다. '率(거느릴 솔)'은 이를 나타낸 글자다.

 

 

'말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冓 (얽을 구)  (0) 2010.09.25
羊 (양 양)  (0) 2010.09.24
烏 (까마귀 오)  (0) 2010.09.04
鳥 (새 조)  (0) 2010.08.20
隹 (새 추)  (0) 201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