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冓 (얽을 구)

나무^^ 2010. 9. 25. 17:2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3. 22 (월) 영남일보

                      冓 ( 얽을 구 : 재목으로 상하를 얽은 모양 )

 

 

            

            하늘은 만물을 덮어 주고 땅은 만물을 실어 주고 있는데, 그 많은 만물 중에서 사람이 가장 신령스러운 존재로

            귀하다 했다. 이런 말은 사람이 사람을 두고 한 것으로, 그렇지 않느냐는 것은 한번쯤 곰곰이 살펴 볼 말이다. 
            아무리 살펴도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고칠 나위 없는 옳은 말인 듯싶다. 왜냐하면 다른 어떠한

            동물보다도 생각이 뛰어나기 때문이요, 동물들은 발 뿐인데 비해 사람은 손으로 길이를 헤아릴 줄 알고

            발로 거리를 가늠할 줄 안다는, 두 가지 까닭만으로도 만물의 영장이 될 수밖에 없다.

            집짓는 일을 생각해보자. 육각형 집을 짓고 제 먹이를 부지런히 갈무리하는 벌은 동물 중 일급 건축사요,

            높이 서있는 나무 위에 잔가지를 꺾어다가 동네를 다 내려다보는 집을 짓는 까치는 이급 건축가라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저 같은 것들은 높다란 다락이나 고층 빌딩은커녕 이층집도 짓지 못하니 이런 경우로만 보더라도

            만물의 영장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은 어떤가. 재목을 얽어가며 발판을 짓고, 그 위를 오르내리며 백층도 넘는 웅장거대한 집을 짓는다.

            이런 모양을 본떠 '冓'(얽을 구)라 했던 것을 구체적으로 '木'(나무 목)을 덧붙여 지금은 '構'(얽을 구)라 했다.

            정확한 뜻은 땅(一)을 중심으로 위로 쌓아가며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얽기도 한다는 것을 나타낸 글자다.

            얽어가는 일은 다 '구'를
기본꼴로 했다. 장사하기 위해 우선 물건을 사는 일을 일컬어 '購'(살 구)라 했고,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땅을 파서 물이 빠지도록 만든 도랑을 일컬어 '溝'(붓도랑 구)라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 교제하거나 결혼하는 일을 ''(화친할 구)라 하여 '婚'(혼구)라는

            문자도 있다. 주로 '婚'(혼인할 혼)은 정식으로 두 집안이 사돈관계를 맺는 일반적인 결혼을 말한다.

           ''는 상식과는 좀 먼 남녀의 교합으로 겹사돈 또는 부정한 남녀의 행각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단단히 얽어가는 일을 두고 '冓'라 했으니, 특히 말이나 글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달달달' 얽어서

            외는 일을 '講'(욀 강)이라 했다. 이같은 방법을 옛날에는 주요 공부 방법으로 여겼다.

            과거에서도 소위 '背講'(배강)이라 해 책을 등지고 외는 일을 시험하였다.

            물론 '달달달' 외는 방법도 중요한 학습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달달달' 외는 것은 내용을 익히기에는 대단히

            좋은 방법이나, 알고 보면 생각을 죽이는 일이다. 주어진 레일만 타고 떠나는 기차여행은 창가의 주변 풍경을

            엿볼 수는 있으나 나머지 세상을 볼 수 없다. 즉 '달달달'에 그치고 응용력을 잃을 수 있다. 
            공자도 이르기를 '배우고 생각지 않으면 제 줄기가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則殆)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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