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羊 (양 양)

나무^^ 2010. 9. 24. 10:46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3. 15 (월) 영남일보

                        羊 (양 양 : 뿔과 머리, 몸통과 네 다리의 모양) 

 

 

                 가축은 종류에 따라 키우는 목적이 다르다. 개는 집을 지키고 사냥하며, 소는 밭을 갈고 짐을 운반하고,

                 돼지는 제사때 제물로 바쳐진다. 또한 털과 맛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양을 빼놓을 수 없다. 
                 양은 몸집에 비해 뿔이 크고, 초식동물 치고는 비교적 통통하며, 눈 뜨는 것이 독특해 언뜻 느끼기에 

                 옆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더욱 도도하게 보이는 까닭은 긴 수염이 있어 위엄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통통한 몸(大)을 지닌 양을 두고 아름답다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에서 '美'(아름다울 미)라 했고,

                 턱 밑에 긴 수염을 단 채 고집스럽게 보이는 눈을 가지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눈(目)을 돌리는 모양

                (戌; 열한번째 방위-서북 방향 술)을 두고 '蔑'(업신여길 멸)이라 했다.

                 가장 맛좋은 고기를 양고기라 여겼기 때문에 양고기만 보면 배가 부르거나 먹고자 한다는 뜻에서

                '羨'(부러워할 선)은 양에 '침을 흘리다'는 뜻을 덧붙인 것이며, 조상에게 맛좋은 양고기를 바치면

                 복되고 길한 일이 생긴다는 뜻에서 '祥'(상서로울 상)이라 했다.

                 개나 호랑이 같은 동물은 단독으로 살지만, 양들은 무리지어 산다. 단순히 무리만 지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무리지어 질서정연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양떼라 할지라도 

                 날이 저물면 그 양떼를 몰아대는 양치기의 지시대로 순순히 우리(口)속에 든다는 뜻에서 '善'(착할선)이라 했다.

                '우리'를 뜻하는 '口' 윗 글자는 본디 '羊'자를 3 번이나 겹친 글자였는데, 지금은 '羊'에 '草'(풀 초)를 붙인 글자다.

                 이런 뜻에서 '착하다'는 말은 본디 '착(着)하다'는 뜻이라, 조상의 뜻에 잘 따라 준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조상은 후손에게 간절한 바람이 있게마련이다. 그 바람에 따르고 못 따르는 것은 후손의 타고난

                 선천적 자질과 후천적인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 어떤 이들은 조상 뜻에 부응치 못하면 으레 조상 탓으로 돌리고,

                 조상의 바람에 부응하면 조상 은덕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부모보다 위에 있는 이는 없는 법이다.

                 한나라 명장 마원은 "평생 착한 일을 했을지라도 선함은 오히려 부족하고, 단 하루 악을 행했을지라도

                 악은 스스로 남음이 있다"(終身行善 善猶不足, 一日行惡 惡自有餘)라 했다.

                 조상이나 부모 뜻에 부응해 일단 성취했다고 하자. 좋은 뜻을 남겨 주신 부모의 은혜를 다 보답했다고

                 큰소리칠 자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부모나 조상은 나에게 삶의 깊은 뜻을 남겨 주셨을 뿐 아니라,

                 성취하고 못하는 나까지도 물려주신 더 큰 은혜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물의 부모는 천지요, 나의 부모는 그 큰 천지 속에서도 나의 부모이며 조상이다.

                 그러니 '조상 탓'은 불효중의 불효요, 불선 중의 가장 큰 불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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