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放 (내칠 방)

나무^^ 2010. 10. 22. 23:12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4. 19 (월) 영남일보

                                 방 (내칠 방 : 사방으로 내쳐짐을 뜻함) 

 

 

            해와 달은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기운다. 해와 달이 운행하는 길로 동쪽과 서쪽을 정할 수 있었다.

               북극성은 하늘의 정북에, 남극성은 하늘의 정남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두 별을 보고 남과 북을

               가늠하게 되었다. '천자문'에서는 "해와 달은 꽉 차고 기울며, 북극성과 남극성은 각각 북반부와 남반부에 자리잡아

               뭇 별들을 벌려 놓았다(日月盈, 辰宿列張)"고 했다. 이렇게 인간은 해와 달의 움직임으로 동쪽과 서쪽을 나누고,

               북극성과 남극성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을 나눌 수 있었다.

               하늘은 텅 빈 허공처럼 보이지만, 해와 달을 왕래시키고 별을 풀어 놓아 인간이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하늘이 없고, 해와 달이 없고, 빛나는 별들이 없었다면 인간은 동인지 서인지 남인지 북인지도 구분할 줄 모르고

               살아갈 터. 다행히 저 하늘에 일월성신이 밤낮으로 번갈아 빛나고 있다. 때문에 밝음과 어둠이 반복하는 세상에서

               인간 하나하나는 삶과 죽음을 반복하지만, 인간세계는 생명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다.

               해를 닮은 힘센 견우는 쟁기로 밭을 갈아 농사를 짓는다. 달을 닮은 고운 아낙들은 직녀가 되어 베를 짠다.

               그렇게 해(견우)와 달(직녀)이 서로 돕고 의지해 삶을 꾸려가고, 자신들을 닮은 자녀를 낳고,

               자자손손 대를 이어 오늘까지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인간은 짐승을 사냥하면서 살아오다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짐승을 잡던 사냥 기술은 짐승을 기르는 일로 바뀌었다.

               땅을 갈고 곡식을 심으며 이때 쟁기가 등장한다. 쟁기는 소나 말을 이용해 논밭을 가는 데 사용하는 농기구다.

               흙을 갈아엎어 잡초를 제거하고 수확하다 남은 곡식이나 작물을 섞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이 쟁기 모양을 본뜬 글자가 곧 '方(쟁기 방, 사방을 말하는 '모서리'라는 뜻도 있다)'이다.

               밤이면 우리 속에 가뒀던 짐승을 곡식을 심은 밭이 아닌 사방 풀밭으로 내치는 일을 '放(내칠 방)'이라고 한다.

               짐승을 내쳐 기르는 일을 '放牧(방목)한다'고 했다.

               바람은 거친 때가 있고, 부드러운 때가 있다. 산이나 들이나 똑같이 부는 봄바람은 '산들바람'이요,

               연약한 코스모스를 살살 흔드는 가을바람은 '하늘하늘 분다'고 말한다. 이처럼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눈앞에 나타난 물건을 흔들어 놓는다. 거센 바닷바람은 바닷물을 거칠게 흔들어 흰 거품을 만든다.

              '激(부딪칠 격)'은 바람이 '(물 수)'를 '放(내칠 방)'하면 물결이 바위에 부딪쳐 '白(흰 거품)'을 내는 것을 표현한 글자다.

               인간도 어떤 감정이 거세게 밀려오면 '感激(감격)'해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해는 항상 뜬다. 달은 매일 뜨지 않는다. 인간은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밝은 달을 감격스럽게 맞이하곤 했다.

               그렇게 달을 맞는 일을 '邀月(맞이할 요, 달 월)'이라고 표현했다. 멋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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