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刃 (칼날 인)

나무^^ 2010. 11. 19. 21:04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5. 3 (월) 영남일보

                      刃 (칼날 인 : 칼의 날을 나타낸 모양)

 

 

           칼에는 등과 날이 있다. 칼의 쓸모는 등에 있지 않고, 날을 세워 자르는 데 있다.

           날을 세우려면 자주 숫돌에 갈아야 한다. 칼을 갈아 날을 세우는데 쓰는 돌은 단단해야 한다.

           이를 '礪(숫돌 려 : 사납고도 거친 돌이라는 뜻)'라 한다.

           외날 칼을 '刀(칼 도)'라 한다면, 창이나 총 끝에 매달아 사용하는 양 날로 된 칼을 '劒(칼 검)'이라 한다.

          '劒'은 '儉(임금 검)'과도 뜻이 상통해 임금이 지니는 칼을 '劒'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劒'은 무기로도 썼고,

           형벌을 가할 때 형구로도 썼을 뿐 아니라, 창에 많은 날이 세워진 칼을 달아 권위를 상징하는 용도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가야국에서 만들어져 일본에 전해진 '七支刀(칠지도)'다.

          '王(임금 왕)'이란 하늘, 땅, 사람을 잘 다스
리는 어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儉(임금 검)'은 많은 백성을 거느리는 어른이라는 뜻이다. '임금'이란 '숲속의 새(林禽)'라는 말이다.

           선사시대 때 사나운 새를 씨족이나 부족을 이끄는 어른으로 삼았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우주 먼 옛날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천황(天皇), 땅을 다스리는 지황(地皇), 그리고 사람을 다스리는 인황(人皇)이 있었다.    

           이런 임금을 받드는 신하들은 오직 '작은 새'들이다. 임금의 곁에서 그를 받드는 새들을 '벼슬'이라 했다.

           원래 벼슬은 '새의 벼슬'로 등급을 표현했다. '천자문'에 따르면 "새의 벼슬로 관리를상징하였고,

           모든 사람을 다스리는 큰 임금이 나타나게 되었다(鳥官人皇)"고 했다.

          '劒'을 지닌 임금은 남의 목숨을 한 칼에 다스려 버릴 절대 권력자다. 그러므로 언제나 칼날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뤄야 옳게 다룬다고 말할 것인가. 참다운 마음으로 칼날을 잘 지켜야 한다는 뜻이 곧 '忍(참을 인)'자다.

           아무리 자신이 고통스럽더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참다운 일인가를 항상 잊지 않고 '참다움을 끊임없이 찾는 일'이

           곧 '참는다'는 말이다.

           옛 말씀에 따르면 "일시의 분함을 참으면 백일
의 근심도 면할 수 있다(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고 했다.

           먼 길을 떠나려는 자장은 스승 공자에게 한 말씀을 부탁하자 공자는 "참아 나가는 것이 곧 덕이 되느니라(忍之爲德)"고 했다.

           거침없이 의사를 표현하고 외형적인 위엄만을 중요시했던 자장의 급소를 찌른 셈이다.

           아무리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을지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참'을 지키는 길인가를 끊임없이 찾는 일을 '참다'

           또는 '참는다'라고 한다. '용서는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베푸는 일'이라는 말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참을 잃지 않는 자는 남을 포용할 수 있고, 남을 포용하는 능력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바로 '덕'을 쌓는 일이기 때문이다.

           덕을 쌓아야 남들도 나를 믿고, 나 자신도 누구에게나 떳떳할 수밖에 없다.

           참는 일은 곧 칼날을 바로 지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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