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耒 (쟁기 뢰)

나무^^ 2010. 11. 27. 10:00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5. 10. (월) 영남일보

                          (쟁기 뢰 : 손으로 밭을 갈아제끼는 쟁기)

 

 

                씨를 땅(밭)에 뿌리고,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일을 농업이라 한다. 물론 씨는 하늘이 내렸다.

                이 종자만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씨를 심을 수 있는 땅과 심고 가꿀 사람의 노력이 있어야만

                농사가 가능하다.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의 노동이라는 세 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노자 제42장'에 나오는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는데, 이 셋이 만물을 낳게 되었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도가 낳은 '하나'는 종자요, 둘은 '밭'이요,

                셋은 '사람'이라 여겨도 되기 때문이다.

                수박에는 줄무늬가 있으나 호박
에는 줄무늬가 없다. 무늬는 이미 종자 속에 은밀히 박혀 있었다.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에서 뛰는 일처럼 천명일 수밖에 없다.

                즉 하늘은 이미 많은 무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천문(天文)'이라 한다.

                다만 씨를 땅에 심을 때 어디에 심느냐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달라진다.

                때문에 이를 일러 "산지(産地)따라 크기가 다르다"고 말하지만 본질은 같다.

                하늘이 모든 것을 쥐고 있는 '하나'다. 땅은 높고 낮은 구분이 있다. 그래서 하늘은 한 획으로 표현했지만,

                땅은 갈래진 두 획으로 나타냈다. 이를 문자로 나타내면 땅은 곧 높고 낮은 곳으로 구분되는 모양 그 자체로

               '(언덕 한)'이라 한다. 따라서 하늘에서 내린 무늬가 언덕에 떨어지면, 그 모양이 각각 형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産(낳을 산)'이라 했다.

                같은 종자를 심더라도 땅에 따라 생산물의 품질이나 수량도 다르고, 크기나 모양이나 색깔이 다르고 맛도 다르다.

                이런 까닭에 '주역'에는 "만물의 바탕은 하늘이나, 만물을 실제로 내놓는 바탕은 땅이다.

               (乾元 萬物資始, 坤元 萬物資生)"라고 쓰여 있다.

                풍년을 맞으려면 일조량과 비바람이 적당해야 한다. 3월이 되면 밭갈이를 잘 하는 등 부지런히 심고 가꾸는

                농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農(농사 농)'이란 "3월(辰)에 풍년을 기약하며 시작되는 일"이라는 뜻이다.

                먹이를 생산해내는 농사야말로 가장 큰 일이다. 3월에 밭 갈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수염을 깎아 버리는

                형벌을 주었기 때문에 '辱(욕보일 욕)'이라 했다. 상하로 난 수염이 깎일 때 참을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耐(참을 내)'라고 했다.

                농사는 뭐니뭐니 해도 밭갈이로 시작된다. 주자(朱子) 역시 "봄에 밭 갈지 아니하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음을 후회한다.

               (春不耕作秋後悔)"라고 했다. 밭갈이는 잡초를 미리 솎아내는 일이며, 씨가 제대로 묻혀 바르게 자라도록 하는 일이다.

                밭갈때 쓰는 도구를 '耒(쟁기 뢰)'라 썼다. 나무로 땅을 좌우로 가르는 일(:새길 계)을 하는 도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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