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竹 (대 죽)

나무^^ 2010. 12. 5. 13:4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5. 17 (월) 영남일보

                         竹 (대 죽 : 곧은 줄기에 좌우로 난 잎의 모양) 

 

 

 

                대나무는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니지만 아주 곧아 군자의 절개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그리고 말이 나무지 사실은 풀이지만 워낙 쓸모가 많다.

                대나무는 곧고 벽옥처럼 푸른 색 덕에 그 특색이 뛰어나 문인들이 즐겨 읊고 그린다.

                호재(好材)가 된 까닭은 차가운 겨울을 참고 견디어 내는 인고(忍苦)의 상징으로 받들기 때문이다. 

                군자는 본디 임금을 잘 받들고 섬기는 '임금에 대한 효자'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충효를 겸하여 갖춘 사람이다.

                즉 도덕적 성취를 이룬 자다.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은 물론 나아가 평천하(平天下)에 성심을 다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라는 깊은 뜻을 지닌다. 이런 군자는 성심을 다해 임금을 섬길 수 있어야 하므로 자신을 온전히

                비워야 한다. 또한 임금을 섬김에도 겉과 속이 달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심성이 한결 같아야 한다. 
                이런 두 가지만 보더라도 군자는 대나무에 빗대어 표현할 수밖에 없다.

                대나무 속은 보통 식물과 다르게 텅 비어 있다. 마디를 만들며 자라되 아래위 마디가 서로 같다.

               '同(같을 동)'이라는 글자는 대나무 한 마디를 본뜬 모양이다. '비다'는 뜻도 있어, '洞(빌 통, 또는 마을 동)'이라 쓸 때에는

                물이 흐르는 빈 골짜기라는 뜻이다. 상하가 모두 '한 가지로 같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자는 자신은 텅 비우되 아래위가 서로 같게 처세를 곧게 하며 임금을 섬기는데 열성을 다해

                충효겸전(忠孝兼全:충성과 효도를 겸하여 갖추고 있음)하므로 식물에 비유하면 대나무가 될 수밖에 없다.

               '방촌집'에 따르면 세종 때 명 재상 황희(黃喜) 정승은 후배 김남택(金南澤)에게 "군자는 하늘의 뜻을 그대로 본받고,

                철인은 일의 기틀을 잘 살피는 것이라네. 이는 마치 때 맞춰 오는 비가 만물을 스스로 빛나게 함과 같네.

               (君子體天意, 哲人察事機, 有如時雨化, 萬物自生輝)"라고 했다. 군자의 뜻을 잘 밝혀낸 시다.

               '筍(죽순 순)'에서 '旬(열흘 순)'만 제하고 나면 '竹(대 죽)'으로 본 모습을 드러낸다.

                대나무는 추운 겨울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해 봄이 되자마자 죽죽 자라기 때문에 '동생초(冬生艸)'라고 불린다.

                벽옥처럼 그 색깔이 고결하기 그지없고, 잎 또한 빳빳한 붓끝처럼 쭉쭉 뻗어 내려져 있으며, 모진 바람 앞에서도

                다만 정중히 절을 올리는 듯 비킬뿐 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벽랑간(碧琅 )'이라 불리기도 한다.

                비면서도 마디가 있어야 참으로 곧은 법이다. 대나무는 이 같은 모습 덕에 겨울을 대표하는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로

                받들어졌다. 속담에 "작아도 대나무요, 커도 소나무다"라고 하여 한결같은 절개를 말할 때 송죽(松竹)이라고 칭송했으며,

                매화를 합쳐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 불리며 널리 아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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