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9. 12. 21. (월) 영남일보
천지간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영장으로서의 주어진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하늘과 땅을 비롯한 천지의 만물을 잘 다스려 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자각해야 할 뿐 아니라,
미처 모르는 이들에게는 잘 가르쳐 가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르치다'는 말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그 하나는 가르쳐야 할 '가르침 자체'에 대한 측면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 가르침을 잘 받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치는 행위'에 대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
이런 뜻에서 '敎'(가르칠 교)를 풀이하기를 "윗사람은 베풀고 아랫사람은 본받는 것이다"(敎, 上所施, 下所效也·설문해자)
라 하고 '爻'(본받을 효)의 밑에 '子'(아들 자)를 붙이고, ' '(칠 복;과 같음)을 붙인 글자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본받아야 할 '가르침'의 원본은 어떤 것인가.
만물에게 잡다하게 통용되는 이치를 공통지어 보면 만물의 원리는 곧 하늘이 돌아가는 줄기,
즉 '天理'(하늘의 이치)이니 하늘의 이치 그대로 만물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바로 그것을 일러 '性'(성품 성)이라 한다.
같은 열매라도 호박은 누렇고 수박은 대부분 푸른 까닭은 오직 하늘에서 내린 무늬(씨)가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이 내린 것이 '씨'라면 이 '씨'를 땅이 이뤄내는 것이 곧 천지의 도리요, 이런 도리를 잘 이용하여 천지안의
만물을 바람직하게 가꿔 나가야 할 책임을 자각하고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은 서로 아끼고 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을 기본으로 삼고, 나아가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될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仁'(어질 인)이라 말한 것이다. 즉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아낄 줄 아는
인간의 자각을 '愛人'이라 하고, 이런 훈련을 통해 모든 이치가 바로 하늘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라는 점을 깊이 자각하여
하늘의 이치를 공경할 줄 아는 더 넓은 공부길로 나가는 것을 '敬天'이라 말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아낄 줄 모르면 하늘을 섬길 줄도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뜻에서 이미 "어짊이란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일이다"(논어), 한편 "하늘과 땅 사이에서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자각하는 일이 곧 어짊일
따름이다"라는 공광거(孔廣居)의 풀이는 참으로 밝은 해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위로는 하늘 무서운 줄을 알고, 아래로는 땅의 고마움을 알고, 그 가운데 사람을 비롯한 모든 만물이 다 아끼며 살아가지
않으면안 된다는 점을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아랫사람들은 그 가르침을 힘써 배워 나가야 한다는
두 측면을 나타낸 한 글자가 바로 '敎'라는 글자다. 위에서 아래로 가르침이 내려지는 것을 일러 '가르칠 교'라 하고,
아래에서 위의 가르침을 그대로 본받는 것을 일러 '본받을 효'라 하여 두가지로 읽어야 하는 글자가
곧 '교학상장'(敎學相長)의 '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