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甘 (달 감)

나무^^ 2011. 1. 6. 15:09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6. 14. (월) 영남일보

                    甘 (달 감 : 입안에 단 것이 들어 주름이 잡힌 모양) 

   

 

       요즘은 단 음식이 너무 많아 단것을 아껴 먹는 경우가 드물다. 예전에는 단 음식이 아주 귀해, 입안에 넣고

       얼마 동안이라도 그 단맛을 오래 지닐 수 있도록 '우물우물' 아껴 먹었다.

       인간은 대개 단것을 먹
지만 특히 맛이 단 사탕이나 꿀은 아주 매력적인 맛으로 받아들여 쉽사리 

       삼키기가 어려운 것으로 여겼다. 얼마나 단 음식이 좋았으면 '꿀 먹은 벙어리'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일단 입안에 달콤한 것을 물려주기만 하면 '콩이야' '팥이야'며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질하며 싸우다가도

       슬그머니 물러서 버리는 것이 사람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우선 포도청만 잘 달래고 보면 

       약간의 어려움은 그냥 슬그머니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달래다'는 말 자체도 단것을 입에 넣어 주거나, 

       달콤한 말로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뜻을 가로막는다는 말이다.

       인간은 기본적
으로 두 가지 본능을 지니고 태어났다. 첫째는 먹는 일(食)이며, 둘째는 짝짓는 일(色)이다.

       이런 까닭에 '맹자'에 따르면 "먹는 일과 짝짓는 일은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본디 성품이다(食 色, 天性也)"라고 했다.

       우선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고자 하는 충동이 일어나 입안에서 군침이 도는 일은 욕구 중에 첫째가는 욕구다.

       일단 단것을 입에 넣으면 끝내 삼키지, 중간에 뱉지는 않으니 "단것은 삼키고, 쓴것은 뱉는다(甘呑苦吐)"는 말은 백번 옳다.
       그렇지만 제가 먹을 것이 아니면 군침을 삼키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가 단것이 입안에 들었다 할지라도

       삼켜도 될 것인가 아닌가를 분별하여 "달다고해서 삼키지 않고, 쓰다고 해도 뱉지 않는 것"이

       곧 "이익을 보았거든 의리를 생각하라(見利思義)"는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동물을 '돼지와 물고기
(豚魚)'라 했다. 물고기는 미끼만 보면 덥석 물다가 낚시에 걸리기 때문이요,

       돼지는 성이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호랑이에게도 달려들기 때문이다. 먹이에 제 목숨을 빼앗기는 물고기도 어리석고,

       아무리 비곗덩어리가 제 몸을 감싸 멍청하기 한이 없기로 제 목숨을 걸고 호랑이 밑을 파고드는 돼지 또한 어리석다.

       그래서 '魚(고기 어)'에 '甘(달 감)'을 붙여 '魯(어리석을 로)'라 썼고, 백수의 왕인 '虎(호랑이 호)' 밑에 '豕(돼지 시)'를  

       붙이고 게다가 힘써 싸운다는 뜻으로 '力(힘 력)'을 붙여 '劇(굿 극: 본디 力이로 변하였음)'이라 했다.

       달콤한 먹이에 빠져 목숨을 잃는 물고기만 어리석다 탓할 것인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는 말을 잊고

       호랑이에게 덤며드는 돼지만 어리석다 말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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