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지인이 읽어보라며 빌려주어 단숨에 읽었지만 이 책은 사서 지니고 싶고, 평소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읽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오래 전 '무소유' 라는 책을 통해 처음 법정스님을 알았다. 그리고 월든의 저자인 자연주의자 H.D.소로우와 같은 맥을 잇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이 돌아가시고 책이 동날 만큼 그 분을 존경하는 이들이 많은 스님은 자신이 남긴 많은 말들을 부담스러워하며 출판을 금지할 것을 명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그의 삶의 향기는 그치지 않는다. 일상의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려주시는 가운데 투명한 깨달음과 맑은 정신을 전해주시기 때문이다.
'병상에서 배우다' 편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탐구의 노력이 결여될 때 세월은 우리의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듯이 영혼에 주름살을 남기며 우리를 늙게 한다.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에게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에 있음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하신다.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와 이해, 자비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일이며 자연을 돌아보고 내 안에서 자연을 찾는 일, 궁극적인 자유인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타성에서 벗어나 잃어버렸던 나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앙금으로 남아있는 모든 분노를 씻어버리고 용서해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 많은 것으로 서운함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았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따른 염려와 국민의 자각을 촉구한다. 내 생각도 그러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국토에 흐르는 크고 작은 강들, 도대체 국민의 세금으로 동의도 없이 그런 거대한 국토훼손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아무리 관심을 가지고 보아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진정 누구를 위한 개발사업인지 의아하다. 한편으로 구제역 재앙으로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놓아두고 가기' 편에서는 인디언 이야기를 통해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두는 그 마음이 곧 결핍임을 일러주신다. 물질의 비축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는 미숙함을 돌아보게 하신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만난 다음에 사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지려면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한 친절이 절대 필요함을 말씀하신다. 그것이 곧 나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 편에서는 일상에서 늘 만나는 자연의 소중한 자각과 간소한 삶의 필요성을 강조하신다.
'녹슬지 않는 삶' 편에서는 주례사에 담긴 부부가 함께하는 독서 숙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지난날의 자신을 뒤돌아보는 일들과,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석가모니<숫타니파타>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얼마 안 되는 물건을 탐내어 사람을 죽이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의 이익이나 남을 위해서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가진 재산이 넉넉하면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상대가 이익되는 일을 물었을 때 불리하게 가르쳐 주거나 숨긴 일을 발설하는 사람, 남의 집에 갔을 때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 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 예의로써 보답하지 않는 사람, 사실은 성자(깨달은 사람)가 아니면서 성자라고 자칭하는 사람, 그는 전 우주의 도둑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천한 사람이다.'
매일 아침 세수하듯이 이렇게 정신을 일깨우는 책들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고 싶다. 아름다움으로 인한 기쁨을 정신적 양식으로 조화롭게 취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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