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이렇다 할 상식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깊은 내적 통찰력에서 비롯한 설득력 있는 해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건축이란 어떠해야하는지 그 발달과정을 문화적 가치와 아이디어에 더하여 설명함으로 우리들에게 건물을 보는 올바른 식견을 키워준다.
지은이 Alain de Botton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이다. 그가 집필한 여러 가지 책들로 미루어 보아 그는 문학과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한 학자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모두 6장으로 나누어 소제목을 정한 그의 해설은 사진과 함께 친절하고 심미안적이다.
1. 행복을 위한 건축에서는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축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대화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결국 슬픔을 아는 것이 건축을 감상하는 특별한 선행조건이 되는 것이다. 다른 조건들은 옆으로 밀어놓더라도, 우선은 약간은 슬퍼야 건물들이 제대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느끼는 부족한 결손의 부분들을 채워주는 건축물에서 우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 어떤 스타일로 지을 것인가? 에서는 여러 가지 건축물들을 예로 제시하면서 사회적 발달과 맞물리는 건축사에 대해서 설명한다. '위대한 건축의 본질은 기능적으로 불필요한 데 있는 셈이었다'고 말한다.
건물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동시에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따라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건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워준다.
'어떤 건물이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것은 단순히 미학적으로 좋다는 뜻 이상이다. 그것은 이 구조물이 그 지붕, 문손잡이, 창틀, 층계, 가구를 통해 장려하고자 하는 특정한 생활방식의 매력을 내포한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좋은 생활이라는 우리의 관념이 물질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얻는 것이다.'
3. 말하는 건물에서 예로 들은 조각품 바버라 헤워스의 '두 개의 호와 하나의 구' 설명은 우리들이 보는 사물의 가치를 명쾌하게 이해시켜준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란 우리들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투사를 견딜 내적 자산을 갖추고 좋은 특질을 드러냄과 동시에 스스로 체현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개인적 이상이 물질적 매체로 변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4. 집,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 에서 그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의 실종을 막아주기를 기대함과 함께 자기 내부의 진실을 강화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따라서 위엄있는 수많은 종교적 건물들이 품고있는 진정한 의도를 알려준다. 그것은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 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 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바로 이런 이유들이 자신이 살고있는 장소를 벗어나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 보는 수많은 건물들이나 풍경에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때로는 직접 건축에 나서고 싶은 진정한 충동은 소통과 기념을 향한 갈망, 말과는 다른 어떤 매체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일깨우고 싶은 야망인 것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조각과 건물은 우리 자신의 최선을 전면으로 끌어내는 데 도움을 주어야 했다. 우리의 최고의 갈망을 미이라로 만들어야 했다.' 즉 건물이 우리 이상의 저장소 역할을 하기 바란다. 또한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아름다움은 성스러운 것의 한 조각이며, 그것을 보면 우리가 누릴 수 없는 삶에 대한 상실감과 갈망 때문에 슬퍼진다. 아름다운 대상에 새겨진 특질은 죄로 물든 세상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신의 특질이다... 우리의 진정한 욕망은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그것이 구현하는 내적인 특질을 영원히 차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아름다움으로 감동시키는 대상이나 장소를 내적으로 닮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5. 건물의 미덕에서는 '질서'와 '균형'에 대해서, 또 진정한 '우아'함을 드러내는 건물들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일치'에서는 높은 마천루들의 높이가 환희로 이어져야 함을 이해시킨다.
'건물은 말을 할 때 절대 한 목소리로만 하지 않는다. 건물은 독창자라기보다는 합창단이다. 건물은 다중적인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서 불화와 불협화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협화음이 울릴 기회도 생긴다.'라고 말함으로 건축의 환경과 재료들 전반에 걸친 조화로운 임무를 상기시킨다.
'자기인식'에서 작가는 건축가의 겸손과 끈기가 이루어낸 아름다움에 대해서 설명한다.
6. 들의 미래에서는 처녀지를 아쉬워하지 않을 아름다운 건물들의 자연스러움에 대해서 예를 들어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건축의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의 깊은 심연을 이해하게 하고, 건축이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가치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행복한 건축의 철학적 의미를 알려주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도서로 좋은 책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고층 아파트로 가득한 빌딩숲에서 사는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바람직한 대안은 없을까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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