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夊 (천천히 걸을 쇠)

나무^^ 2011. 5. 11. 15:37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12. 6 (월) 영남일보

                        (쇠 : 사람이 두 다리를 끌며 걷는 모양)

 

 

         무릎 밑 발은 종아리, 뒷꿈치, 발가락, 발바닥 등으로 이뤄져 있어 이를 본 뜬 글자를 '止(발 지)'라 했다.

         이처럼 발 하나를 본떠서 '가다'는 뜻으로 쓰기도 했고, 발 하나이기 때문에 '그치다'는 뜻으로도 썼다. 
         그러다 '가다'는 뜻으로 '行' '往' '去' '之' 등의 글자가 나타나자 '止'를 단지 '그치다'는 뜻으로만 사용했다.

         그렇다면 가다는 뜻을 지닌 이들 글자는 각각 어떻게 다른가.

         첫째, '行(다닐 행)'은 대부분 사람은 왼발을 반 걸음쯤 내디딘 후에 비로소 오른발을 한걸음 떼어 걸어가기 때문에

        '가늠'을 뜻하는 ' (尺과 통함)'에 '쫓음'을 뜻하는 ''을 붙여 '걸어가다'는 뜻을 만들었다. 

         둘째, '往(갈 왕)'은 가늠하여 나아가되 일정한 목적지를 향하거나 또는 주인을 정하여 두고 찾아감을 뜻하기로

        ''에 '主'를 붙여 목적지를 향해 나가다는 뜻을 지닌 글자가 됐다.

         셋째, '去(갈 거)'는 버젓이 두 팔을 앞뒤로 흔들어대고 두 발을 움직여 걸어감을 나타낸 '大'가 '土'로 바뀐 모양에

         발자국 모양을 붙여 만든 글자다. 그래서 '往去往來(가고 옴)'을 뜻함과 동시에 그 어떤 것을 '除去(없애다)'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넷째, 之(갈 지)는 땅에 뿌리를 둔 넝쿨식물
이 줄기를 뻗어나가며 자라듯 크는 모양 그대로를 본뜬 글자로

         끊임없이 진행되어 나감을 뜻하는 글자다. 그러므로 문장 속에서의 '之'는 대명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진행'을 나타내는 글자로도 쓰인다.

         아무튼 가다는 말은 두 발을 움직여가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두 발을 저으며 갈 수밖에 없다.

         간다는 말을 걸어만 간다는 뜻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진행시켜 나간다는 뜻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두 발로 걸어가는 모양에다가 한 획을 종아리에 비껴 그어 그 뜻을 '천천히 걷다'는 뜻으로 삼은 글자가

         곧 '夊'(천천히 걸을 쇠)이니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이처럼 천천히 걸어야 할 필요가 있기에 이 같은 글자를 만들어 쓰게 되었는가? 
         일년 사계절 중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때는 '여름
'이며, 천천히 걷는 모양은 지나치게 팔을 흔들어 대거나

         고개를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기에 의젓이 걷는 모양 자체를 '夏(여름 하)'라 했다.

         중국의 본격적인 역사는 치수(治水)를 마치고 온 나라를 구주(九州)로 나누어 다스린 우임금 때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진시황이 중국대륙을 최초로 통일하고 백군으로 나눈 그 이전에 이미 '九州禹跡'을 중국인들은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이미 한 해의 중간
인 여름을 반듯한 국호로 삼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계의 중심이 되는 중국임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나아가 머리를 버젓이 들고 양반걸음을 걷는다는 저들의 자부심을 '夏'라는 글자로 나타낸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니 빨리 걷는 자들이여! 가슴에 욕심을 잔뜩 품고 무엇을 그리 빨리 잡으려고 걸음을 재촉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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