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之 (갈 지)

나무^^ 2011. 6. 9. 14:10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1. 31 (월) 영남일보

                       之 (갈 지 : 초목이 가지와 줄기를 뻗어올리는 모양)

 

 

             나무란 묻힌 부분과 나온 부분을 합쳐 일컫는 말이다. 땅속에 묻힌씨앗이 싹을 틔워 땅 위로 오를 때에,

             줄기와 가지가 뻗어 오르는 모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곧게 자라면서 가지를 좌우로 

             뻗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줄기가 넝쿨이 되어 자라면서 넝쿨에서 다시 넝쿨로 뻗어 자라는 경우이다.

             전자를 갑목(甲木)이라 이르고, 후자를 을목(乙木)이라 한다.

             즉 굳은 땅속을 뚫고 뿌리가 곧게 뻗어 일단 자리를 잡은 초목이 그 모양 그대로 곧게 자라는 초목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달리 가까스로 땅을 벗어나 태양을 향해 구불구불 오르는 모양 그대로 땅 속을 벗어나서도 구불구불 넝쿨이 

             되어 오르는 초목이 있다. 그래서 주된 뿌리가 쭉 뻗어 자리를 잡는 그 속성대로 줄기가 곧게 뻗으며 가지를 내는

             종류를 '甲'이라 하여 양목(陽木)이라 이르고, 두꺼운 땅을 가까스로 뻗어 오르는 모양을 나타낸 '乙'처럼 구불거리며

             자라는 종류를 '乙'이라 하여 을목(乙木)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같은 생명체라도 큰 틀에서 보면 동물은 양에 속하고 식물은 음에 속한다.

             음에 속하는 식물을 다시 나온 부분과 묻힌 부분으로 나누면 나온 부분은 햇빛을 받아들이는 '양'이라 보면,

             물을 빨아들이는 묻힌 부분은 '음'이다. 또 다시 땅속을 벗어나 위로 자라는 모양으로 나누어 보면,

             대부분 나무는 갑목으로 '양'으로 보고, 넝쿨식물은 을목으로 '음'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갑목은 재목으로 쓸 수 있으나 을목은 재목으로 쓰기 어렵다.

             똑같은 풀이라 할지라도 맨드라미는 작아도 꼿꼿한 '갑'류에 속하고, 비록 길어도 칡은 넝쿨로 뻗어 자라기 때문에

            '을'류에 속한다. 그러나 갑목은 독립적으로 뻣뻣하게 자라지만 대부분의 을목은 갑목을 감고 자라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갑목은 차곡차곡 시간이 걸려 강하게 자라지만, 을목은 부드럽게 뻗어 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뻗어 자란다. 그러니 대들보나 기둥으로는 물론 연장 자루로도 쓸 수 없다. 을목은 웬만한 장애를 뚫고 잘 자라는데

             그 까닭은 오직 부드럽기 때문이다. 해와 달이 가고 오며 시간이 가는 것, 역시 부드럽게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

             본디 시간을 나타내는 '時(때 시)'라는 글자도 '之(갈 지)' 밑에 '日을 붙여 '(때 시)'라 하였던 것이다.

             넝쿨이 생략된 채 좌우로 부드럽게 뻗어 자라는 난초
나 지초를 나타낸 글자도 '芝(지초 지)'로 나타내었는데

             특히 그 중 향기가 뛰어난 난초는 '蘭(난초 난)'이라 하였다. 그 까닭은 이미 글자에 잘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땅위에 피어 오른 그 모습이 아래는 묶은 듯하나(束: 묶을 속), 좌우로 흐드러지게 퍼져 '八'이 되어

             향기가 뛰어나기로 '門(문 문)'가에 심어두고 즐기는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을 한 글자로 모은 것이다. 

            또 향초
로 이름난 '芷(지초 지)'의 '止'도 '之'와 같은 글자이기 때문에 '芷'와 '芝'는 똑같이 난초에 버금가는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산중에 장식된 초목을 잘 살펴보면, 산을 푸르게 덮은 솔은 풍설을 견디라 이르고,

            저 벼랑에 핀 지난(芝蘭)은 뉘 알거나 모르거나 향기를 잃지 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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