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才 (재주 재)

나무^^ 2011. 6. 5. 16:15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1. 24 (월) 영남일보

                       才 (재주 재 : 나무의 줄기를 베어낸 모양)

 

 

                수평선에서 해가 떠오르는 일과 땅 속에 묻힌 씨앗이 땅 위로 솟아오르는 일,

                산에서 나무가 자라는 일들은 각각 그 시간이 다르다. 
                지상으로 해가 오르는 일은 하루의 반을 지나 다시 뜨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火地晉(화지진·땅 위로 해가 솟음)

                이라 하여 '晉'은 '밝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요, '風'은 사계절 바람 따라 달라지는 '나무'를 뜻하기 때문에

                地風昇(지풍승·땅 위로 식물의 싹이 오름)은 새싹이 지면을 뚫고 올라온다는 뜻으로 며칠을 두고 오르는 일이다.

 

                그러나 같은 '나무(風)'라 할지라도 일단 산에 심어진 나무는 風山漸(풍산점·산에 자리를 잡고 크는 나무는 점차 자란다)

                이라고 한 것은 나무의 종류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그 수명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오르는 일이나 싹이 트는 일과는 좀 다르게 점점 자란다는 뜻에서 이를 '漸(점점 점)'이라 하였다.

                하루와 며칠과 나무가 점점 자라는 시간은 전혀 다르다.

                똑같이 오른다는 뜻을 지닌 말 가운데 오르다는 뜻을 지닌 '晉(밝을 진)'보다는

                싹이 땅을 뚫고 오르다는 뜻의 '昇(오를 승)'이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나아가 하루의 해가 밝아온다는 것이나 

                새싹이 올라오는 것 보다는 산에 자리잡고 커가는 나무가 자라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이를 '漸'이라 말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셋을 연결지어 보면 땅 속의 씨앗이 지면을 뚫고 올라와야 나무들이 산에 자리를 잡고 커 갈 수 있고, 

                점점 커 자라거나 싹이 땅 위로 오르는 이 두 가지 일은 모두 매일 해가 땅 위로 솟아올라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일단 땅 위로 올라와 점점 시간을 두고 자란 나무의 윗부분을 잘라 재목으로 쓰는 것이므로,

                본디 '재목'을 뜻하는 글자는 큰 나무의 윗부분을 잘라 놓은 모양인 '才'로 썼던 것이다.

                그러다가 '才(재주 재)'는 일을 성취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막상 나무에서 얻어진 '재목'이라는 말은 '材(재목 재)'를 썼던 것인데 이 말의 사용 범위가 더욱 넓어져

                집을 짓는 재목이라는 뜻만이 아니라 '사람의 쓰임'까지를 나타내는 '人材'라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재료
'란 집을 짓는데 필요한 재목의 '材'와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料(헤아릴 료)'를

                합성시켜 '材料'라 하였으니, 즉 모든 것을 만드는 기본은 큰 나무의 줄기를 베어 '집을 짓는 일'과

               '곡식을 헤아려 먹을 것을 만드는 일'로부터 비롯된다는 뜻이다.

                한편 이 세상에 널려있는 만물이 만물로 벌여져 있을 수밖에 없는 까닭도 또한 본디 종자
로서의 '子'와

                그 종자를 심어 크게 길러낼 수 있는 바탕으로서의 '土'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才'에 '子'를 붙여 '存(있을 존)'과

                같은 '土'를 붙여 '在(있을 재)'라 하여 '存在'의 두 측면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즉 하늘이나 아비는 각각 원인
과 종자로서의 '存'이라 치면, 땅과 어미는 결과와 바탕으로서의 '在'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양적인 요소인 종자의 '子'와 음적인 요소인 '土'가 아니면 만물이라는 '存在'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존재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존재는 바로 '財(재물 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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