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束 (묶을 속)

나무^^ 2011. 7. 11. 18:53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3. 21 (월) 영남일보

                         束 (묶을 속 : 나무를 묶어 다발 지은 모양)

 

 

                  물건을 헤아릴 때에 개수 하나하나를 들어 헤아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낱낱을 한 데 묶어 헤아리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과일은 한 상자, 음식은 한 그릇, 달걀을 한 묶음 등으로 일정한 그릇이나 상자 속에 

                  담아 헤아릴 수도 있고, 한 아름 정도로 묶어 셈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은 옛날 쇠붙이로 사용하던 돈으로, 주로 동전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과 구멍을 끈으로 연결해 일정한 개수를 한 묶음으로 지어 유통시켰다.

                  이런 경우 엽전 한 묶음을 곧 '一貫'(일관)이라 했으니 '貫'이란 돈을 뜻하는 '貝'(조개 패)에 구멍을 낸 뒤

                  끈을 꿰어 한 묶음을 만든 그 자체의 무게를 나타낸 말이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주 먼 사냥시대로부터 공동 몰이를 통해 얻어진 사냥물을 나눔에 있어서는

                  그저 소박하게 도끼로 찍어 나눈 고기 한 토막을 일컬어 '一斤'(일근)이라 했으니 오늘날까지 고기의 무게를

                  말하는'斤'(도끼 근) 또한 본래 뜻은 한 토막의 고기 무게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처럼 모든 단위의 기본
은 수로는 십진법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헤아림 중 길이는 손,
거리는 발을 벗어나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 그 적절한 예로 '한 자''한 치''한 푼' 하는 길이는 손을 표준삼아 붙여진 것이며,

                  거리를 가늠하는 최소의 기본 단위는 발과 발 사이를 뜻하는 한 걸음일 따름이다.

                  이처럼 의식주 세 요소 중에 특히 땔감이나 집을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나무를 헤아리는 기본이나 길이는

                  손으로 헤아리는 한 자, 또는 한 아름이었던 것이다. 작은 나무 가지들은 한아름으로 비견되는 한 묶음이

                  기본 단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묶음을 나타내는 '束'(묶을 속)이라는 글자 자체도 나무를 끈으로 묶은 모양 자체를 그대로 나타낸 글자다.

                  흔히 '約束'(약속)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런 때에 쓰는 '約'(모을 약)은 낱낱을 모아 다발 짓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約束'이란 결국 너와 나, 둘 사이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해 서로 만나자는 일이거나,

                  어떤 일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하자는 구체적 사실을 명확히 하자는 인간 상호간의 '지킴'을 뜻하는 말이다.

                  공자께서도 "스스로
마른 고기 한 묶음 이상을 행하면 내 그를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다.

                  인간관계 중 가장 바람직한 하나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과 가르침을 받는 제자의 관계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설정
되는 계기도 아무런 의식 없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마른고기 한 묶음(束脩一束)' 이상을

                  바치는 소박한 성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간절히 구함에 따르는 열정의 표시가 곧 마른고기 한 묶음이었다.

                  만약 한 묶음도 없이 무조건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청하기만 하는 태도는 약속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을 어기는 일이다.

                  모든 인간관계 중에서 최소한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면 그런 사람은 마음 한 구석에 두려움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돌아가신 조상을 제사
모심에 있어서는 반드시 '송구공황(悚懼恐惶)'하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조상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한 두려움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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