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외규장각 도서를 관람하고...

나무^^ 2011. 7. 24. 15:12

   

        

 

 

 

        아직은 관람객이 많을 것 같아 좀 나중에 가려고 생각하였는데, 빨리 보고싶은 친구의 청으로 햇빛이 쨍쨍하게 난 날,
             눅눅한 기분도 말릴겸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갔다. 그곳에 갈 때면 늘 나들이 가는 기분이 들어 즐겁다.

 

            조선 22대 왕 정조는 1776 년에 창덕궁에다 규장각을 정식 국가기관으로 발족하여 왕실도서관 겸 학술기관으로

            육성한 덕에 오늘날 우리는 선조들의 소중한 기록문화 유산을 보며 그때의 통치 철학 및 운영체계와 함께

            조상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1782 년에 왕실의 자료를 좀 더 체계적이며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강화도에 규장각의 분소(分所)인

           '외규장각'을 세웠다. 이곳에 보관한 왕실유물 중 '의궤'의 가치는 2007 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프랑스군의 침공인 병인양요(1866 년) 때 가져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오던 의궤 297 책을 반환해오는 

            과정에는 박 병선 박사님을 비롯하여 수많은 노력이 숨어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영상자료 등 효과적인 전시를 하고 있었다.

 

 

                               < 보사녹훈도감의례>

 

 

 

               의궤란 '의식(儀式)의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국가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그 과정과 주요 의례 절차, 내용 등을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책이다.

               조선 전기 태조 때부터 편찬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임진왜란 중 유실되어 현존하지 않고, 경복궁조성의궤(성종실록),

               태조강헌대왕상장의궤(중종실록) 등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의궤는 선조 334년 (1601) 제작된 의궤인

              <의인왕후 빈전혼전도감의궤>와 선조의 첫째 정비인 의인왕후 박씨의 장례 기록을 담고 있는 <의인왕후산릉도감의궤>

               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에 소장)

 

               의궤의 주요내용으로는,

               1. 의식을 집행하는 논의과정  2. 의식을 준비한 관원, 도구를 만들었거나 공사에 참여한 장인들의 명단

               3. 의식의 날짜별 진행과정  4. 의식에 쓰인 인건비와 물건비  5. 의식의 주요 장면과 의식에 쓰인 주요 도구들의 그림

               6. 의궤 편찬 과정 및 포상 내역 등이 있다

 

               의궤중에는 각종 도설과 반차도가 그려져 문자 기록만으로 알 수 없는 의식과 행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반차도'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의장물의 수, 위치 등을 정해 놓은 그림이다.

               재미있는 건 윗부분의 사람이나 말을 거꾸로 그린 점이 오늘날 그림과는 달랐다.

 

 

 

 

 

 

 

 

 

 

 

                                               

                                     <효순현빈예장도감의궤 상>

 

 

 

 

 

                    우리가 이러한 조상의 흔적을 되찿아오기 까지는 10 년 넘는 세월을 바쳐 고군분투한 한 여성의 크나큰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박병선 박사님은 1972년 직지고증을 3 년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일명 직지심경 1377년)을 밝혀내고 이어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위해 살아오셨다. 그 분의 끈기와 노력이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뼈대있는, 품격높은 조상의 후예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