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宀 (집 면)

나무^^ 2011. 11. 2. 13:30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10. 31 (월) 영남일보

                      (집 면 : 지붕으로 지어 만든 집의 모양)

              

                 인간이 살아온 주거형태는 다양하다. 처음 원시 사냥시대에는 집을 따로 짓지 않고 짐승들처럼

                 산 속에 자연적으로 뚫린 동굴에서 살았을 뿐인데 이를 구멍에서 살았다 하여 '穴居(구멍 혈,살 거)'

                 생활을 하였다고 말한다. 

                 깊은 숲 속에 저절로 나있는 동굴을 찾아 어떻게 살았을까.

                 대부분 짐승들은 털을 뒤집어 쓴채 살기 때문에 추위를 견딜 수 있었지만

                 털도 약하고 가죽도 약한 인간들은 그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

                 사냥에서 얻어진 짐승의 가죽을 동굴벽에 붙이고,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습기는 풀로 막았으며,

                 불이 발견된 후로는 동굴 안에서 화로를 끌어안고 고기를 익혀 먹기도 하였다.

                 그 유일한 증거가 '盧(검을 로)'이다.

 

                 즉 '盧'라는 글자는 '(짐승가죽 호)'에 화로의 모양을 덧붙여 만든 글자로 옛날 혈거생활의 한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동굴 안에 화로를 두니 자연히 그 연기로 검어진다는 뜻에서 '검다'는 뜻도 있다.  

                '爐(화로 로)'는 '불을 담는 화로'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좋은 화력을 가진 연료로는 풀보다 나무가 좋은데,

                 나무를 직접 태우기 보다는 '炭(숯 탄)'을 만들어 쓰는 것이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을 알았으며. 불을 붙이는

                 재료로는 '마른 갈대(蘆)'가 좋다는 것도 알았다.

 

                 이렇게 짐승들과 경쟁적으로 동굴을 차지하며 살다가 사람 숫자가 늘어나고 사냥감이 줄어들자

                 동굴을 벗어나 농경생활로 삶의 형태를 바꾸게 되었다. 이런 까닭에 처음에는 산 아래로 터전을 옮겨

                 움집을 짓게 된 것이다. 긴 막대기로 서로 얽어묶고 풀짚으로 비나 바람을 가리는 지붕을 만들어

                 날이 저물면 모든 식구들이 모여들어 휴식을 취하니, '集(모일 집)'은 새들이 모여 쉬는 나무라는 뜻이지만

                 식구들이 모여 쉬는 곳은 오늘날 '집'이라 이른 것이다. 

 

                 흔히 아끼는 책 등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집'을 만들어 그 속에 넣고, 좋은 칼도 유용하게 쓰다가는 

                 반드시 집 속에 집어넣는다. 그래서 집의 용도는 밖에서 활동하다 해가 저물면 식구들이 모여 쉬는 곳이여서

                 集은 곧 '집'이다. 추위를 견기기 위해 지붕(宀)으로 덮고 짚()으로 자리하여 밑에서 올라오는 얼음(冫)을 막았다.  

                 이 사실을 극명하게 밝혀주는 글자는 寒(찰 한)인데, 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지붕이라 지붕이 곧 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나 바람 중에서 특히 눈이나 비를 막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우리 전통가옥에서 보다시피 지붕이지만

                 또 다른 형태로 슬래브 형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물이 모자란 곳에서 빗물을 받으려는 것이지 합리성을

                 지닌 지붕은 될 수 없다. 적어도 지붕이 되려면 대들보가 있고 그 대들보에 걸쳐지는 많은 서까래가 

                 전후좌우로 모여(集) 웅장한 규모(雄)를 지녀야 집다운 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붕이란 곧 '集雄'을 말하며,

                 이 지붕의 규모가 곧 집의 규모를 말하기 때문에 '宀'은 지붕임과 동시에 집이다.

                 그리고 추위를 비롯한 각종 자연적인 재해를 면해줄 수있으므로 그 소리값도 '免(면할 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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