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彖 (끝 단)

나무^^ 2011. 10. 18. 15:59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10. 17 (월) 영남일보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7] (끝 단) : 초목이 처음으로 나오는 모양             (끝 단 초목이 처음으로 나오는 모양)

 

                 

               초목은 반드시 씨가 땅속에 들어가야 다시 태어난다. 동물도 이와같이 양(씨)이 음(땅) 속에 들어가야

               새로운 씨가 다시 태어난다. 그런 뜻에서 ‘씨’가 땅 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은 천만년을 두고

              ‘씨’ 자체로 그대로 놓아두어도 다시 태어날 수 없다.

               즉 ‘씨’는 반드시 땅이 앗아야 다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씨’를 그저 단순히 ‘씨’라고 부르지 않고,

              ‘씨앗’이라 부르는 것이며, 동물도 단지 수컷이 지닌 ‘씨’를 암컷에게 앗겨야 새로운 새끼로 유전되어 태어날 수 있다.
               이런 연유에서 남녀의 성교를 두고 “남정네의 씨를 여자에게 주입해 준다”는 뜻에서 ‘씨입(氏入)’이라 그대로 말한 것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이치를 모르고 함부로 입에 담지 못할 형편없는 상소리로 여긴다.

               물론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남녀 둘이 은밀히 행하는 일을 말하니 결국 상소리는 상소리인 셈이다.

               사람이 어미의 태중을 처음으로 벗어날 때에는 정상적인 순산의 경우 반드시 이마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彖’을 풀이하기를 설문학자 단옥재는 “물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이마를 말하는데

              ‘이마’는 사람의 몸에서 가장 위를 뜻하는 것이라, 어린 아이의 몸이 처음으로 어미 몸에서 분리됨을 뜻한다”고 풀었다.

               이런 풀이만을 뚝 잘라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그의 풀이는 “물이 처음으로 나오는 이마다.

               위는 나오는 모양을 본뜬 것이요, 아래는 밑으로 뻗어내리는 뿌리를 본 뜬 것이다(物初生之題也. 上象生形, 下象根也)”

              (설문해자)라는 원문을 풀이한 것이다. 

               즉 '彖’은 식물이 위로 올라오는 그 모양과 아래로 뻗어 내리는 뿌리의 모양을 동시에 본 뜬 글자다.

               땅을 중심으로 위로 자라는 끝과 아래로 뻗어가는 끝을 둘 다 각각 상하의 끝이라는 뜻을 남김없이 잘 나타낸 글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위로 자라 오르는 저 끝이나 아래로 파고드는 저 끝이 결국 하나의 끝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곳의 끝은 바로 저곳이 끝일 수밖에 없고, 저곳의 끝은 곧 이곳의 끝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아주 맞는 관점이다.

               온 산에 만발해야 할 고운 가을 단풍이 왜 저 모퉁이만은 곱지 않고 이미 시들어 버렸는가?

               그 까닭을 나무 중에서 밖으로 나온 부분만을 보고 알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이미 밑받침을 하고 있는

               뿌리의 끝이 바위에 닿아 더 이상 자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공자도 이르기를 “군자는 근본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근본이 세워져야만 길이 열리게 되느니라.

              (君子務本, 本立而道生).”고 하여 길을 열거나 찾고자 하지만 말고 근본에 힘을 쓴다면 자연히 길은 열리고

               열릴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端正(단정)’하다는 말도 자세히 알고보면 다른 말이 아니다.

              '彖‘에 ‘立’을 붙여 드디어 온전한 ‘端(끝 단)’을 만들었으니 이는 곧 상하의 끝 중에서 어느 끝을 잘 세워야 한다는 뜻인가.  

               곧 눈앞에 보이는 끝이 아니라 묻힌 끝을 잘 세우라는 뜻이다.

              그리고 ‘正(바를 정)’이란 바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그대로 가야할 것이지 결코 우왕좌왕하면서 비틀거리지 말라는 말이다.

              즉 행하기 이전에 먼저 행해야 할 뜻을 깊이 깨닫고, 그 깨달아 행해가야 할 바를 향해 어김없이 바르게 가는 것이

              곧 ‘端正’한 일이다. 근본을 잃은 채 우왕좌왕 가는 것은 일을 망치는 일이다.

 

 

 

 

'말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宀 (집 면)  (0) 2011.11.02
瓜 (오이 과)  (0) 2011.10.27
麻 (삼 마)  (0) 2011.10.10
韭 (부추 구)  (0) 2011.10.03
凶 (흉할 흉)  (0) 201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