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문학이 원작

어떤 여인의 고백 (아티크 라히미 作)

나무^^ 2014. 3. 10. 13:33

 

 

감독   아티크 라히미

제작   아프카니스탄 (2012년, 102분)

출연   골쉬프레 파라하니, 마시 음로와, 하미드 자바단 외 다수

 

전쟁과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의 한 마을을 이렇게 멋지게 연출하다니...

이 영화는 처참한 절망 속에서도 생존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희망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2008 년 '인내의 돌'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가 '아틱 라히미'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번째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영화제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란 감독은 1984 년 소련의 침공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하여 소르본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000년 페르시아어로 쓴 첫번째 소설 '흙과 재'를 발표해 작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이 작품을 직접 연출하여 2004년에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진출하여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렀다고 한다.

 

그의 네번째 소설이라는 '인내의 돌'!

그것은  고해성사 하는 이의 모든 불행과 슬픔을 빨아들인다는 전설의 돌 이라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는 전쟁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 전쟁 영웅 출신 남편은 어이없는 다툼에 휘말려 식물인간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전쟁을 피해 떠나고 없다. 폭격과 강간의 위협을 느끼며 남편을 간병하던 여자는 누워 있는 남편을 바로 인내의 돌로 삼았다.

인내의 돌에 비밀을 털어놓으면 끝내 산산이 부서지면서 비밀을 가진 자의 고통을 해방시켜준다고 한다. 마치 일인극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영화적 형식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얼마나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내용도 흥미롭지만 미적 영상미가 훌륭하다.

아프카니스탄 주인공 여배우의 아름다운 자태를 표현하는 연출이 감탄을 자아낸다.

한 여인이 좁고 허름한 집에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돌보며 간절히 기도한다. 폭격 속에서도 남편을 떠나지 못하고 대피실을 오가며 지키던 그녀는 어느덧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두었던 욕망과 비밀에 대해 고백하기 시작한다.

 

결혼 10년간 사랑하는 방법도 사랑해야하는 진정한 이유도 모르는 남편에게 여자는 그저 살받이에 불과했다.

대담하게 자신의 비밀과 바람을 말하던 여자는 처음에는 악령에 홀린 모양이라며 수줍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억눌린 감정과 분노, 욕망이 토로되면서 점차 해방감을 느껴간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박하고 처절한 전쟁터에서... 

그리고 우연히 말 더듬는 군인과 만남을 지속하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예언자도 전쟁영웅도 아닌 평범한 한 여성을 통해 삶의 진리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인 지하드의 명분보다 여성적 포용력과 성찰을 통해 구원의 메세지를 전한다. 

젊고 순진한 군인 한 사람이 그녀에게 보여주는 사랑의 행위들, 아내는 남편이 모르는 놀라운 비밀들을 고백한다.

미동도 하지 않던 남편, 그러나 카메라는 어느 순간 감았던 눈이 떠진 것을 모르는 척 지나간다.

페르시아의 오랜 전설 ‘인내의 돌’이 되어버린 남편, 그녀의 비밀이 폭발하면서 그녀는 고통에서 구원받는다.

 

이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여배우 '골쉬프레 파라하니'의 실감나는 연기가 식물인간 역 남편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재미있고 품격있는 좋은 영화였다. 잔인한 현실을 아름다운 여인을 통해 승화시키고 그 울림을 퍼뜨리는...

감독의 작품들을 사서 읽어보아야겠다.
우리나라 위안부 문제도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로 표현된다면 저절로 일본의 만행을 알리면서 우리나라 여성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을텐데...

이미 그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몇 분 남지 않았다.  어릴 때 보면서 눈물 흘렸던 '유관순', '흙' 영화가 생각난다.     

독일 나치를 소재로 한 감동깊은 작품들이 지금도 계속 나오며 경종을 울리는가!  그렇지 못한 우리의 실정이 아쉽다. 만화를 통해서 국제사회에 알리는 시작을 하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여성상위의 사회풍토가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촌 어느곳에선가는 여성이 짓밟히며 희생되고 있다.        

권력의 힘 못지 않은, 아니 더 깊숙히 반향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인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작가들은 문학이나 음악, 영화 등 예술의 힘으로 인간들이 살아가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