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엘버트 르윈
제작 미국 (1942년. 178분)
출연 조지 샌더스, 하바트 마샬, 도리스 두들리, 에릭 블로어 외 다수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서머셋 모옴 作)이 생각나 인터넷TV '쿡'에서 본 흑백 영화이다.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고갱'을 모델로 한 이야기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과 함께 영화 또한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를 보고난 후 다시 한 번 이 소설을 읽고 싶어 먼지 앉은 세계문학 전집에서 뽑아 단숨에 읽었다.
모옴의 소설은 무엇보다 객관적 리얼리티가 강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게 특징이다. 당시는 통속작가라는 비평을 받기도 했다지만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 섬세한 인간심리를 잘 드러내는 문장력에 압도당한다. 따라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인간의 굴레'는 읽었지만 그외 자전적 회상기라는 '서밍업', '과자와 맥주', '면도날', '엄격한 인간', '연' 등을 읽고 싶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런던의 평범한 주식 중개인으로 처자가 있는 40 대 남자다. 이 남자가 돌연 처자를 버리고 파리에 나가 화가가 된다. 그리고 그에게 호의를 베푸는 어리석을 만큼 선량한 친구의 부인과 정을 통하여 그 일가를 파멸시킨다.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그는 몹시 고생하다 타히티섬으로 이주하여 원주민 처녀와 살며 마음껏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나병에 걸려 고통 속에서 강렬한 그림을 남긴 채 이 섬에서 죽는다.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세 여인인 본처, 자살한 정부, 어린 아내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묘사한 내용도 재미있다. 남자들에게 의존해 살아가던 시대였던 만큼 독립적이지 못한 여자들이지만 세 여인의 살아가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이 이야기가 고갱의 전기를 왜곡했다는 비난이 있었다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야 아니냐가 아니라 작가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얼마나 생명력을 불어넣는냐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인물들을 창조하는 것이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종교인들의 믿음보다 얼마나 더 멋지고 신나는 일인가!
이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달'은 예술적 이상을 의미하고 '육펜스'는 세속적 재산이나 명성을 의미한다.
모옴은 자신의 바램을 이 소설을 통해 형상화시켰을 것이다. 육체적 안정을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자신의 이상이나 꿈을 위해서 부도덕하기까지 한 개인의 이상적 욕망을 위한 고통의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매력적인 배우의 연기지만 영화만으로는 약간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소설에서는 충분히 설득시킨다.
다양한 인간들의 심리상태를 그만큼 문장이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도덕적이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위선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삶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보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통해 예술지상주의적 가치를 잘 반영한다.
영화는 소설내용을 충실히 나타냈지만 아무래도 섬세한 심리표현을 동작이나 대화만으로 따라가기에는 관객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그 영화를 보면 이해도가 높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근데 대개는 영화를 보고야 소설을 찾아 읽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좋아하는 영화를 10 번도 넘게 본다는 지인도 있으니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같이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10년 정도 지나 다시 보면 좋은 작품일수록 더 많은 것이 느껴진다. 그건 기억력보다는 정신적 성숙의 문제일 것이다. 아쉽게도 '다음'에 영화사진이 없어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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