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문학이 원작

트리스탄 & 이졸데 (베디에 엮음)

나무^^ 2012. 7. 19. 16:58

 

 

감독   캐빈 레이놀즈

제작   미국, 독일, 영국, 체코 (2007년. 125분)

출연   제임스 프랭코, 소피아 마일즈, 루퍼스 스웰 외 다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는 '켈트'인의 옛 전설을 소재로 하여 12C 중엽 프랑스에서 쓰여졌는데, 이후 서구 연애문학의 전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원형은 남아있지 않으나 프랑스 중세학자 '베디에'(Charles-Marie-Joseph Bedier,1864-1938)가 편집한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유명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던 바그너가 자신의 숙명적 고뇌를 승화시켜 대본을 직접 썼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잘 알려져 있어 호기심을 갖고 이 영화를 보았다. 

등장인물, 무대장치를 단순하게 처리하고 그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뇌를 진지하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 바그너의 작품은 제 2막의 사랑의 이중창, 제 3막의 이졸데가 부르는 '사랑의 죽음' 이 널리 사랑받고 불리는 애창곡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본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리발렌왕의 아들 로누아의 왕자 트리스탄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도 그를 낳고 얼마 안 있어 죽는다. 그는 백부 콘웰의 왕 마크에게서 키워져 최고의 기사로 성장한 후 아일랜드의 거인 몰오르트를 쓰러뜨리고 조국을 구한다. 그리고 백부의 아내가 될 미녀를 찾아 아일랜드에 가서 용을 퇴치하고 공주 이졸데를 데리고 돌아가던 중, 시녀의 실수로 마크와 이졸데가 마셔야 할 '사랑의 묘약'을 트리스탄이 마심으로 그들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졸데는 약속대로 왕 '마크'와 결혼하였으나 연인인 트리스탄을 잊지 못하고 비밀리에 만난다. 그러나 둘의 밀회는 곧 발각되고 그는 처형을 피하여 깊은 숲 속으로 도망쳐 추방된다. 궁정에 남은 연인 이졸데를 잊지 못하는 트리스탄은 병상에 눕게 되고 마침내 숨을 거둔다. 뒤늦게 도착한 이졸데는 그의 죽음에 입맞추며 슬픔에 빠져 자신의 영혼을 놓아버리고 따라 죽는다.  

이들의 소식을 들은 마크왕은 그들을 찾아와 예배당 양쪽에 나란히 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러자 어느날 밤, 트리스탄의 무덤에서 자라 나온 가시나무 덩굴이 예배당을 넘어 이졸데의 무덤에까지 닿았고 이를 본 농부가 여러 차례 가지를 잘라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는 그 덩굴을 자르지 말것을 명했다 한다.

 

이 영화 역시 트리스탄이 어릴 적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고 키워 준 왕의 총애를 받아 후보자로 오르나 그 이후 또 한 번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며 지극정성을 다한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결투로 얻어가야 하는 정치적 선물일 줄은 알지 못했다. 그녀 역시 자신이 국가간의 협정에 의한 댓가가 된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을 키워준 왕을 배신할 수 없었지만 불가항력으로 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막을 수 없어 비극은 벌어진다. 유럽의 신화와 영국의 암흑기 역사를 적절히 배합하여 흥미진진하게 만든 재미있는 영화였다.

아일랜드 서쪽해안의 거친 파도와 바람, 바위, 성 등 실감나는 영상들이 영화를 아름답게 한다. 그들이 사랑을 시작했던 낭만적인 보트하우스, 트리스탄이 더 이상 이졸데를 만날 수 없음으로 직접 불태우는 로마다리 등이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살면서 한번쯤 진정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의 감정이 불가항력인 것을 알 것이다.

만약 아쉽게도 그런 경험을 놓친 사람이라면 이런 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그 자체로 서로의 가슴에 남아 추억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