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 '춘향전' 공연(언제?)
* 2013년 '피나 안 인 서울' 참가자 <고경옥>
(사진 배태호)
2014년 잔인한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시커먼 중형차에 받혀 붕 떠오르는 순간 '아, 이제 죽는구나!' 내 몸이 철퍼덕 내동댕이 쳐졌다.
숨이 컥 막혔지만 눈을 번쩍 떴다. '아유! 이거 사람들이 몰려드네? 코앞에 횡단보도를 두고 이 무슨 망발이람!'
순간, 내가 죽지 않은 것을 알고 벌떡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꿈쩍을 않는다. '으윽~'
결국 앵앵거리며 달리는 119 차에 실러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입원을 하고 견디기 힘든, 감옥 아닌 감옥살이(규칙을 쬐곰 위반한 죄)를 한 달이나 한 후 퇴원했다.
아뿔싸! 몸이 그 전같지 않다.
두달이 돼가는데 시멘트 바닥에 동댕이쳐지며 부딪힌 등판과 허리가 무슨 커다란 돌덩이 올려놓은 듯,
통증은 줄어들 기미가 없고 까부러지는 몸이 맥을 못추겠다.
휴~모두들 교통사고 휴유증 무섭다더니 이래서들....
그보다 허리에 플라스틱 복대를 하고 운동을 못하는 채 한 달간 삼시 세끼 시간 맞춰 꼬박꼬박 먹은 결과,
아니지, 문안온 이들이 가져다 준 과일과 케익 등, 갇혀지내며 먹는 것을 낙으로 삼았었나?
생전 살찔 것을 걱정해본 적 없는, 적정체중을 넘겨보지 않은 내 몸에 드디어 적식호가 켜졌다.
새벽 5시 부터 잠을 깨우는 청소부 아줌마, 시도 때도 없이 밤 12시가 넘도록 들락거리는 어린 환자의 지인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간소한? 파티...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 한달 내내 수면제를 먹으며 괴로워했는데도
이리 뱃살이 접히다니...에구구!
인터넷 메일을 열자 줄줄히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 "안은미와 함께 하는 몸풀이 공장 33·55" 안내가 눈에 들어온다.
뭐, 공장이라고? 나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을 잘만 쓰면서도 '공장'이라는 단어를 비하하는 위선을 지녔다.
'공장에서 나오는 먹거리는 좌우단간 몸에 좋지 않아' 나이든 아들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말라고 애원한다.
근데 균형이 깨진 내 몸을 좀 풀어주어야만 할 필요성이 간절한 나머지 한 번은 외면했다가,
다음날 자기 소개서에 잘 나온 사진까지 담아다가 신청을 하였다. 그러니까 80 명이나 뽑는 인원에 선발이 된 것이다.ㅋ...
(인물화반 어린 친구가 뒤늦게 신청했다가 인원이 다 찼다고 거절당했단다.)
허지만 아무리 오만 사람 가리지 않고 다 오라고 해도 내 나이에, 더구나 성치도 않은 몸으로 젊은 사람들과 어울러
무용을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요추 윗부분 천추골절이 아직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두달 연습하고 공연이 8월이라고 하니 한 번 부딪혀보자. 하다 정 힘들면 못하는 거구, 저질러 봐~
근데 이게 웬 횡재인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오래전 터어키 배냥여행은 '이스탐블'이라는 도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어느 날 물의 도시 이스탐블을 소재로 하는 창작 무용 '네페스' 공연을 보면서 독일의 독창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공연을 주제로 하는 다큐영화 '드림 댄스', 공연을 영화화한 '피나(3D)' 등을 보았다.
무용과 연극을 접목시킨 그녀의 세련된 절제미가 아름답게 돋보이는 예술적 감각에 감동했다.
그리고 '피나 안'이라는 예명으로 그녀와 상통하는 창작무용가 '안은미'씨를 만난 것이다.(사실은 거리가 좀 먼ㅎ)
유쾌하기 그지 없는, 파격적인,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는, 함께 소통하는, 때론 유치하고 때론 무시무시한...
* 6 월8 일 첫 수강일 (오리엔테이션)
한국공연 예술센터 옥상 무용실에 한두 사람씩 모여드는데, 아니 저건, 웬 미친* ?
빡빡 깎은 곱상한 비구니 머리에 대문짝 만한 금박망사 리본을 묶은 꼴이라니! ㅎㅎㅎ...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아래위로 알록달록 꽃무늬 의상! 그것도 모자라 진분홍 프라스틱 하트 귀걸이 달랑달랑,
조개비만큼 큰 플라스틱 반지가 이 손가락 저 손가락, 아이구야! 거리에 나앉으면 영락없는 미친* 이구만~
'기상천외한 팻션, 사진좀 찍어도 될까요?' 나는 놀란 표정과 삐져나오는 웃음을 감추며 물었다.
'아, 네. 그러세요." 활짝 웃는 모습이 해맑은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표정이다!
각양각색의 그 많은 인원이 모두 일어나 나와 자기소개를 하면서 시민의 세금으로 한다는 이 몸풀이 공장이
문을 열었다. 소개가 끝난 후 무작위로 10 명씩 조를 나눈후 간단하게 몸을 푸는 스트리칭과 워킹 댄싱을 하였다.
둔해진 내 몸은 발이 빨리 빨리 돌아가지 않아 버버거리면서 간신히 흉내를 내는데 그쳤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다.
나는 옆에 앉았던, 작년에 그녀가 주관한 '피나 안 인 서울'에 참가하였던 두 명의 젊은이의 권유로 고맙게도
함께 차를 마시며 통성명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경험했던, 시민 창작무용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안은미씨의 인문학 강의 '미술과 춤' 4부 등을 보면서 그녀의 춤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안은미 컴퍼니'의 공연들은 독특하고 역동적인 기발한 춤사위과 함께 생기발랄한 재미로 가득했다.
그녀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없는 땐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등등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춤추었다.
일반인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안은미씨의 프로젝트가 감사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니 일반인들과 많은 공연들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독무 'Please, Look at me!' , 아이구야! 왜 저런 춤을 추는거지?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뭐지? 그녀의 내면을 표현한 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게 한다.
* 6 뤌 14 일(토), 15 일(일), 19 일(목)
일주일에 세 번, 토요일은 오후 5시, 일요일은 오전 10시, 평일은 오후 8시에 모인다.
많은 젊은 친구들과 어우려져 흥겹게 춤을 춘다는 사실 자체가 즐겁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젊은이들이야 클럽 등에 가서 얼마든지 춤 출수 있겠지만, 그런 시절을 한참 지나온 나로서는 이제 어디 가서
춤을 출 일이라곤 없다. 더러 댄스 동아리들을 하며 몰려다니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데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배우는 몸동작들은 그냥 무작정 따라 추어야하는 사교춤이 아니여서 좋다.
그야말로 내몸과 상대방의 몸을 이해하면서 움직임을 탐구하는 동작들이며 어우러짐이다.
즉 하나하나의 동작들이 무대에서 작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배움인 것이다.
선생님의 제자들인 젊고 예쁜 새끼 선생님들이 주말에는 스트레칭, 요가, 댄싱을 가르치고,
평일에는 안은미 선생님이 나오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스트레칭, 댄싱등을 하는데 즐거움이 가득하다.
19금 '성(性)을 주제로 구상을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할 것 같았다. ㅋ...
* 6 뤌 21 일(토), 22 일(일), 24 일(화)
모두 다같이 부딪히지 않게 걷기를 한다. 천천히, 조금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아주 빠르게!
한참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하며 걷기에 속력을 내다보며 벌써 온몸에 땀이 난다.
그리고 요가처럼 옴몸을 스트리칭하며 풀어준다. 아주 천천히, 친절하게...
그리고 배운 동작들을 활용하는 댄싱으로 들어가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자신의 이름을 춤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일일히 다 하고, 이어 조원들과 군무도 짜서 해본다.
어색한 분위기가 걷어지며 발표하는 내내 깔깔거리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가 재미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눈을 감고 기어가다가 만져지는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며 가만히 노래를 들려주는 동작은 인상적이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노래를 감미롭게 들려주며 어여쁜 그들을 쓰다듬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며 몸이 땀에 젖지만 기분은 상쾌하고 즐겁기만하다.
계속 아프던 등판, 허리의 통증도 모두 잊어버리는 시간이다. 어디 가서 이런 즐거움을 맛보겠는가!
* 6 뤌 28 일(토), 29 일(일), 7 월 2 일(수)
스텝 밟는 것을 배우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젊은 청년과 파트너가 되었다가 가르치는 선생님과 추었다.
숨이 턱에 차지만 공처럼 통통 튀는 선생님의 생기에 힘입어 신나게 춤을 추었다. 야호! 야호! 아싸!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손바닥을 붙이고 온갖 율동을 하며 누비고 다니는 경험은 퍽 재미있었다.
또 앞사람은 눈을 감고 뒷사람이 앞사람 등에 손바닥을 붙여 운전을 하고 다니는 경험도 독특했다.
뒷사람을 믿지 못하면 눈을 감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하기 때문에
시야확보를 위한 감각과 부드러운 순발력을 요하는 몸짓이었다. 첨에는 살짝 불안하긴 했다.ㅎㅎ...
몸의 부분부분을 이해하며 상대방의 몸을 풀어주고 마사지하는 방법을 배웠다. 가족끼리 위해줄 수 있겠다.
오랫동안 늘 질병과 고단함으로 힘들었던 몸이 호사를 하는 날들이다.
수요일은 안은미 선생님이 오셔서 제자들과 함께 지도하시는데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지 열기가 팍팍!
관광버스에서 나이든 어머님들을 일어나 춤추게하는 쿵짝짝 음악! 아싸~우리는 스텝을 밟으며 파트너와 춘다.
다같이 추고 추고~ 둘이서 추고추고~ 제자도 추고 추고~ 아싸! 선생님도 추고 추고, 아니! 이렇게 즐거울 수가! 우하하...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물건이예요! " 선생님 왈 "아주 좋은~" ㅎㅎㅎ...
* 7 뤌 5 일(토), 6 일(일), 7 월 9 일(수)
아뿔싸!
토요일 머리 아픈 일이 좀 있어서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가 주말 시간을 깜박 평일 시간으로 착각했다.
오늘은 '마로니에 축제' 에 한 부분으로 촬영이 있다고 특별히 예쁘게 하고 오락캤는데, 이 무슨 황당함인가!
에이, 아까워라~ (나중에 들으니 몇 가지 스텝을 배워 종아리가 아프도록 신나게 춤을 추웠다고 한다.
안은미 컴퍼니와 함께...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그들이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는 저리 가라이다.)
오메! 촬영한다고 예쁘게 분장한 분홍빛 소녀들 나이를 잊어뿌렸네! ㅋ...
일요일 오전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동물 흉내내기 안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별로 나와서 발표를 하였다.
소금쟁이, 기린, 거북, 나무늘보, 카멜레온, 펭귄, 매. 학, 나비, 켕거루, 지렁이 등등 특징을 나타내는 움직임들에
모두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구애를 하는 장면까지 연출하였는데 땀이 흥건하니 운동이 되고 즐거웠다.
* 7 월 8 일 오후 8시 선생님 사무실에서 우리조와 다른 조 몇 명이 함께 미팅을 하였다.
친목과 아울러 이번 공연의 맥을 잡기 위한 이야기들를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미친 선생님과의 대화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그래도 선생님의 인내심 내지 해학은 '뽀뽀"로 쪽! 헉! 이눔아, 영광으로 알어! ㅎㅎ...
이날은 해프닝의 연속, 늦은 시간 나는 삼각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가...
'아이구, 미쳤어, 미쳤어! 너 바보냐~' '집이 먼 관계로(사실은 술을 못먹어서)...' 얼씨구! 중간에 빠져 나오지나 말지~
수요일 인문학 강좌로 미술 디자인 평론가 임근준씨의'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다.
39 인의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표편한 각양각색의 예술적 '음문'과 세계 최고의 포르노 남성배우의 '양문'에 이르기까지...
순수한 우리말, 예쁘고 섹시한 '보지, 자지'를 평소 대화에서 입에 올리기 민망해하는 건, 지극히 은밀한 신체부위이며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함부로 입에 올리겠는가! 막된 것들이 함부로 욕으로 지껄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부부나 연인들은 잠자리에서 은밀히 소근거리기며 즐거워하는 비밀스러운 말이다.
비상한 예술가들의 헉! 소리 나는 '에고트립'을 보면서 인간군상의 다양함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 7 뤌 12 일(토), 13 일(일)
토요일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난 후 고전무용 춤사위를 배웠다. 빠른 동작에 익숙한 젊은이들이라 인내심을 요한다.
조별로 군무를 짜서 경쾌한 현대 음악에 맞추어 고전무용 춤사위로 추는 맛이 색달랐다. 조마다 나와서 발표를 했다.
이제는 나와서 발표하는 일에 익숙해져서 머뭇거리지 않고 모두들 신속하게 나와서 신나게 춤춘다.
조원들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해~
다음날은 여러 가지 몸풀기 동작을 짝을 지어 하였다.
둘이 등을 마주 대고 엎드려 상대방을 들어올리기, 한 사람이 등뒤에서 두 손을 앞사람 허리에 대고 들어올리며 점핑하기,
10 여명이 한조가 되어 둥그렇게 선 후 가운데 한 사람이 눈을 감고 공이 되어 사방으로 주고 받으며 쓰러지지 않게 하기,
이때 눈을 감은 사람은 조원들을 믿고 몸을 맡겨야 하며 살짝쌀짝 몸을 밀어주는 사람들은 실수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아뿔싸! 예민한 한 젊은이가 불안한지 울음을 터트려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 난 편안히 재미있게 했는데...
또 모두 배를 깔고 누워서 내 허리에 T자로 누워있는 상대방의 몸을 굴러 밀어내기 등을 하였다.
약간의 요령이 필요한 운동이었다. 전체를 3조로 나누어 릴레이식 기차레일 굴러가기를 하였다.
많은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므로 굉장한 운동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에, 까르르 웃음소리에! 땀이 흠뻑 나는 재미있는 운동이었다.
운동 끝나고 몇몇 사람들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다른조까지 모두들 낯이 익고 친근하다.
* 7 뤌 19 일(토), 20 일(일)
오늘은 '2013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인 작가 정은영 씨를 초빙해 '아타스트 토크'를 하였다.
여성 국국에서 남성 역할을 담당한 여성 연기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작업해온 미디어 작가인 그녀는
남성 역할을 맡은 젊은 여성국극 배우들을 조명하여 여성의 탈억압에 대해서 강의하였다.
남성역할을 맡아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 여성 국극 배우 '조금행'씨 등 그녀의 이야기들은 진지하고 재미있었다.
머리를 계속 쓸어 올리는 동작이 좀 불안해 보이던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부모님이 시집가라고 성화네요." ㅎㅎ...
아마도 맞선 자리를 주선하는 내용이었나보다. 늙어가는 부모는 자식이 짝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을 보아야
마음을 놓으신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자식을 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유년시절, 우리집에 세들어 살던 언니가 내 손을 잡고 국극 공연을 보러갔었다. 1950년대 문화적 경험이 드물던 시대였다.
정말 인상적이여서 제목도 생각이 난다. '시집갈래요' 였든가? 난 그때 남성역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들인 줄 알았다.
어린 내게 좋은 문화적 경험을 하게 했던 그 언니는 국극배우가 되겠다고 집을 나가는 헤프닝을 벌려 부모님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었다.
어릴 적 향수를 잊지 못해 성인이 되어 다시 한 번 국극 공연을 보러갔었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옆에 앉은 후배는 살짝 졸고 있었다. 아니, 지난 밤 잠 안 자고 뭐했나? ㅎㅎ...
일요일은 여러 가지 동작을 스트레칭하면서 몸풀기를 하였다. 빠른 동작은 아니지만 땀이 흠뻑 날 정도로 에너지소모가
많은 운동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가운데로 모여 몸을 숙여 빠져나가면서 덩어리를 유지하는 무용을 하였다.
아이구, 더워! 그런데 묘한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친근함과 함께...
* 7 뤌 23 일(수), 26 일(토), 27 일(일)
오늘은 성에 관한 경험을 토대로 조별 무용을 창작했다. 조원들이 둘러앉아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하였다.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 조는 3 가지 동작이 나왔다. 체취맡기와 오럴, 가학이였다.
그 중 가학은 경험이 아닌 듯 해서 빼고 우선 두 가지를 동작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런데 나이 어린 젊은이들은 연기에 불과한 거지만 상상력이 풍부한지라 머뭇거리며 불편해했다.
특히 남자조장과 어린 여자애가 파트너가 되어 난감했는지 다른 것을 하자며 난색을 표한다.
대뜸 조별로 나와서 해보라는데, 이런! 연습이 안 되어있으니 우물쭈물,
나는 우리조에서 가장 나이 어린 젊은애와 짝을 지어 동작을 설명하고 어설프게나마 시도를 했다.
함께 하는 무용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움직여야 하는데...
다음날 적극적인 성품의 두 사람이 나오자 대충 음악을 하나 틀면서 모두 나가 얼렁뚱땅 해치웠다.
아무래도 순진한 젊은애들한테 오럴은 너무 강했나보다. 그러면 좋은 의견과 동작을 내놓아야지...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 즐겁자고 하는 짓인데, 좀 갑갑했다.
이제 그만 하차하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드는데, 선생님은 또 왠 폭탄 선언! 나보고 샤워 장면을 하라고?
그리고 젊은 남자가 날 들고 나간다고? 이런! 가문의 영광인가? 나이든 여자의 주접인가? 헷갈린다.
아마 젤 연장자인 나를 좀 섹시하게 어필하여 여성의 당당함을 드러내고 싶은건지... 연륜 운운하신다.
이거야 원, 잠이 안 올 정도로 부담이 된다. 그만 둘 거 아니면 잘 해내야 할텐데...
우선 음악을 정해놓고 선율에 동작을 맞추면 되는 일이긴 하다. 몇백명 마스게임도 해냈던 내가 아닌가?
휴~ 선이 무너지고 늘어진 몸매에 배에는 기다란 수술자국까지, 설마 벗으라고야 안 하겠지?
안 벗고도 섹시하게 무용 아닌 연기를 해야 한다. 어떻게???????
이 음악 저음악 들어보며 두 가지 모드를 생각해본다. 일상의 유쾌한 코믹모드, 아님 죽음에 이르는 비통한 모드...
공짜는 없다더니, 즐거움을 누린 댓가를 장렬하게 치루어야 할 모양이다. 그래도 삶의 즐거움이라 생각해야지....
이런 경험을 또 어디 가서 해보겠는가!
* 7 뤌 30 일(수), 8월 2 일(토), 3 일(일)
기껏 생각한 것을 프린트로 정리해 갔다. 선생님께 보여드리려는 찰라, 오늘 강연 하시는 분이 들어오셔서 미루었다.
정우영 씨가 들려주는 '한국 역사상의 성과 성담론 : 신비와 저속 사이에서' 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삼국유사에서 부터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의 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외형은 많이 변했지만 그 내면은 드러나지 았았을 뿐,
욕망은 여전한 것이다. 젊은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들으며 질의 문답도 오고 갔다.
토요일, 음악을 결정하고 조별로 안무를 연습하고 발표하는데 영 멋적어 하던 내 파트너가 조금씩 호흡을 맞추었다.
10 여명의 개성이 강한 조원들이 일심단결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약간 겉돌며 시쿤둥하는 몇 사람이었다.
남녀 파트너였던 두 사람은 결국 함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합류했다. 좋은 기회를 둘다 쑥스러워 하는 바람에...
일요일 우리조의 안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을 지적하신 선생님은 다른 아이디어를 찾아보라고 하신다. 헉!
함께 점심을 먹다 한 젊은이가 음식 먹는 것을 하면 어떨까? 말하니 몇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 같다 맞장구를 친다.
하긴 성욕은 식욕을 의미하기도 하니까...그렇지만 공연 시작도 관객들 요플레 먹이는 것으로 시작한다는데,
완전 먹자판이 아닌가! 먹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는 나는 그래도 그들과 마음을 합치려고 노력한다.
젊은이들과 함께 노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니까... 그들에게 벼르던 점심 한끼를 대접하고 다시 연습실에 올라갔다.
그들이 하자는대로 무엇을 하든 따라갈 수 있는데, 문제는 나혼자 하는 샤워장면이다.
무턱대고 한 젊은 남자애가 노래를 부르고 해보란다. 그의 긴장한 목소리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요즘애들의
가벼운 노래가 생뚱맞다. 우~이럴 때 정말 곤욕스럽다.
나는 나름대로 노래를 선정하고 구상하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무슨 동작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유명 음악감독 등 그들 앞에서 어설픈 동작을 하느라 아! 쪽팔려~
부담 갖지 말라고! 어떻게 부담을 안 갖느냐고? 에라, 나도 모르겠다. 잘 하지 못하니 이거야말로 사서 고생이다.
선생님은 바쁜 나머지 전날 제자 한 분에게 드린 내가 짠 시나리오는 보지도 못한 모양이다.
나는 정말 코믹에는 재주가 없다. 진지한 거라면 모르지만... 아무튼 무엇이든 즉흥으로 해내야 하는 건,
잘하는 것이 아닐 때 스트레스다. 전문가가 아니지 않는가!
선생님은 내가 살아온 연륜으로 무언가 나오기를 기대하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 무용단은 내일 프랑스로 공연을 떠났다가 다음주에 온다고 한다. 그 안에 다 된 것을 내보여야 할 것이다.
난생 처음하는 이런 경험은 즐거움과 비례하여 그 부담 또한 크다. 감동하고 싶은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 8 뤌 6 일(수), 8월 9 일(토), 10 일(일)
오늘은 서빙고 역 근처 선생님 무용연습실에서 우리 조만 따로 연습하였다. 여전히 빠지는 사람이 있다.
갑자기 새로운 것을 하려니 의견이 분분하였다. 결국 클럽에 놀러온 남여들의 모양새를 표현하는 동작으로 짜보자 한다.
남자조장의 역할이 크고 중요한데 쉽게 발동이 걸리지 않는 모양이다. 취미로 연기를 하는 청년인데...
적극적인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열심을 다하고 성의가 있다. 열심히 하지 않을거면 안 하는 게 낫다.
9 명의 인원이 모두 제각기 다른 동작을 구사하는 연출이다. 둘이 할 때 잘하던 사람은 혼자 해도 잘한다.
나는 무조건 젊은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려고 열심히 그들과 맞추었다.
토요일은 조별로 연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시간 일찍 만나 연습하자고 했지만 두 사람 빼고 모두 늦게 왔다.
여전히 빠지는 사람이 있다. 소극적인 세 사람이 돌아가며 빠진다. 예의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음악편집도 쉬운 일이 아니라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의상과 동작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며 조언을 한다.
일요일도 조별로 연습을 하는데 중요한 조장과 또 한 사람이 사정이 있다고 오지 못하니 영 김이 빠진다.
선생님이 계셨다면 다 자를 판이다~ 프랑스에서 공연은 잘 하고 계시겠지...
나는 조무용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노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샤워장면 할 게 걱정이다.
슬픈노래를 메들리로 부르라고 했단다. 나이상 성경험이 가장 많을 여자와 총각이라고 은근히 내세우는
순결한 청년의 노래가 호흡이 맞을리 없다. 7080 노래를 주문하니 하나도 모른다고!
에구, 나도 모르겠다.
나는 집에서 춤을 다룬 몇 편의 영화까지 보며, 맘에 드는 노래를 녹음해서 연습을 한다.
(노래 - '프리다' 영화 中 '내게 어둠을 말하네' 가수 '차벨라 바르가스'
영화 - 론도, 피나, 드림 댄스, 리듬 엔드 비트, 사랑후에 남는 것들, 프리다)
그리고 '부토댄서'가 되어서 내 인생의 슬픔을 춤으로 표현하는 느린 동작들을 거울을 보며 해본다.
전체적인 흐름과 맞지 않으면 선생님이 어떻게 수정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옷, 소품들은 다 준비가 되었다. 다행히 젊을 때 긴 원피스 속에 입었던 단순한 슬립류의 적당한 속옷이 두 개 있었다.
조별 무용때 입으면 적당할 살이 비치는 검은색 얇은 슬립과 은은한 광택이 나는 아이보리색 슬립이었다.
살이 쪄서 좀 붙긴 하지만... 또 두줄짜리 모조 진주목걸이와 빨간색 구두까지...
아주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두었더니 이번에 단단히 쓸모가 있었다.
* 8 월 13 일 (수), 14 일 (목), 15 일 (금)
자기 소개, 조별 무용, 막간 무용 등 강행군으로 연습이 시작되었다.
우리조 무용을 보시더니 신통찮은 얼굴이다. 주연인 조장이 연습을 못했다며 영 불안한 눈치더니 결국 퇴짜다.
다시 처음에 짰던 무용으로 하란다. 아니, 그동안 처음걸 착실히 연습했더라면 좀 좋았을까, 이게 무슨!
15 일 극장 리허설이 오전부터 시작되었다. 시간이 촉박한 선생님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한 두번 고함소리가 난다.
조명, 음악 등등 총감독을 즉흥적으로 해내는 순발력이 대단하지만, 깊이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없는 일회성 코믹이다.
나는 준비한 내용을 보여주려는데, 음악을 미리 보내지 않아 곤란하다며 시간이 지체된다. 가수 이름을 묻고...
시간 때문에 초조한 선생님이 왕짜증이 나는 순간이었다. 어찌됐든 잠시후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래도 한 번 보시라며
나는 기다란 직각형 빨간 스카프를 무용가처럼 양손에 펼쳐 들고 폼잡으며 슬프고 느린 춤을 추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그 짧은 '3 분'이 이토록 중요할 때도 있는 거다.
나는 70 여명 앞에서 내가 준비한 춤을 추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순간이 내게 의미 있을 뿐이다.
전단계에 미리 갖다놓은 높은 양면 사다리에 팬티만 입은 젊은 청년이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려고 앉아있다.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가 나를 안고 목욕통에 내려놓으면 음악과 함께 조명 속에서 물이 뿌려지고 선율에 맞춰 춤을 춘다.
그동안 몇 가지 연습했던 동작과 함께 즉흥적으로 춤을 추는데, 음악이 너무 빠르고 물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표정연기는 커녕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통이 작아 넘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까지...
아, 에디뜨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요' 정도의 노래만이라도 좋으련만...
내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차벨라 바르가스'의 '내게 어둠을 말하네'(영화 '프리다'에 나오는 나이든 여가수의 노래)
비장한 음악은 문질러지고 선생님은 그저 재미있는 코믹모드를 원할 뿐이었다.
에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쿤데라 作)으로 가득한 세상!
나를 섹시모드에 등장시킨 것만도 감사해야 한다.
선생님은 마치 아무 음악이나 고른 듯 생각나는대로 소리치며 사다리 위 청년에게 물을 뿌리라고 했다.
유아용 목욕대야만한 빨간 프라스틱 통에 선 나는 물벼락을 맞으며 몸을 흔들어야 했다. '더 빨리!'
물뿌리개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이 조절되지 않아 얼굴 들고 숨도 쉬기 어려운데 춤을 빠르게 추라고!
아이구, 이게 무슨 생고생인가! 진정한 광대짓이란 이런 거란 말인가?
통이 좁아 자빠질 것만 같은 몸의 중심을 잡느라 긴장이 되어 춤을 어떻게 추었는지 정신이 하나 없다.
나이든 여자의 섹시미를 보여줄 수있는 기회를 기뻐하기엔, 이건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장실로 들어오니 우리조의 발랄한 어린 친구 한 명이 '언니, 처음 춘 춤 너무 슬퍼서 눈물날 뻔 했어요.'
한 번 밖에 못 추고 사라진, 단 한명에게 들은 호평이었지만 성공이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의도가 전달되었다면 나는 만족해야 한다.
사랑이, 섹스가 어디 기쁘고 즐겁기만 한 것인가! 그건 쾌락 못지 않게 비장하고 슬픈 것이다.
하나 눈이 번쩍 뜨이는 볼만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포르노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두 여자의 대사 뒷배경으로 포르노를 틀려고 했다.
그러나 이백만원 벌금을 문다는 말에 그림자극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화끈한 선생님 성에 찰 리 없다.
제자들에게 말한다. ' 다 벗고 나오너라!'
무용으로 단련된 그들의 젊고 아름다운 몸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춤추기 시작한다.
'야!' 모든 출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입이 쩍 벌어졌다.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게 예술이지 싶다.
나는 옷 갈아입고 조별무용 대기하느라 잠깐 보았지만 어린 그들의 몸은 마치 물고기처럼 바닥을 유영하고 있었다.
장담하건데 이들의 무용만 보고 가도 표값 만원이 아깝지 않으리라.ㅋ...
* 8 월 16 일(토), 17 일(일)
5 시 공연이었다. 예술가들은 원래 뻥이 좀 있다. 매진 운운 하더니 우리들의 잔치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극장이 일이층 크고 넓긴 하다. 일층은 가득 찼지만 이층은 많이 비었다.
거리에도 극장앞에도 홍보문구 하나 없더니 '마로니에 축제' 의 일부분이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모를 공연이었다.
극장 앞에 포스터라도 하나 붙었으면 좋았을걸...
코믹위주의 성을 다룬 공연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 나는 아무도 초대 하지 않고 혼자 노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는 이들이 모두들 바쁘고 진중한 이들이라 이 공연을 보고 흡족해 할 것 같지 않았다.
어디, 제 일 처럼 즐거워하겠는가!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우리들은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요플레를 하나씩 들고 객석으로 입장했다.
두 남녀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한 청년이 춤을 추는 동안 나는 아주 잘 생긴 서양청년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하고
요풀레를 먹인 후 무대로 경쾌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소개 장면들이 이어졌다. 웃음이 빵빵 터졌다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자기소개는 알몸에 커다란 잎사귀 두장을 가리고 나온 '이브'였다.
들어가는 뒷자태가 아주 고았는데, 영어로 뭐라고 말했지만 잘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나는 대사를 가곡 '기다리는 마음' 멜로디에 담아 노래하며 약간의 춤동작을 하며 퇴장했다.
리허설때 나무의 씨앗을 표현하기 위해 굴러들어갔는데, 힘들어보였는지 생략하자 하셨다.
'볼레로' 음악에 맞추어 음식을 먹는 행위와 양배추를 자르며 '잘라버려!' 소리치는 이의 절규는 너무 과격해서
처절할 지경이었다. 이들도 우리조 처럼 갑작스레 바꾸어서 벼락치기로 연습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의 연기가 어우려지며 절정을 이루는 가운데 끝나면 곧바로 샤워장면이 연출된다.
나는 자기소개가 끝나는대로 서둘러 분장실로 가서 슬립을 갈아입고 나와 준비를 해야했다.
높은 양쪽 사다리가 A형으로 놓이고 좀 더 큰 목욕통이 준비된후 일조무용이 퇴장하면서 한 청년이 나를 안아다 놓았다.
통에 선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다리위에 팬티만 입고 앉은 근육질 청년이 물을 뿌린다.
웃기는 경쾌한 가사(나는 노래 제목이 뭔지도 모른다)에 맞춰 춤을 춘다.
내 몸은 물에 젖으며 노출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럴 때 조명이 한몫 한다.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며 관객들은 리듬에 맞추어 손뼉까지 치며 즐거워했다. 기분좋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나이에 섹시미를 과시하게 될 줄이야! ㅎㅎ... 춤이 끝나고 나는 손을 흔들며 청년들에게 통째 들려 나갔다.
분장실에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둥 마는 둥 다음 조무용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 입어야 했다.
그 사이 무용수들이 직접 추는 포르노 무용! 역시 전문 무용가들이다.
이거야말로 포르노가 아니라 예술이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춤추는 그들의 아름다운 몸들!
이런 향연이라니! 헉~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 초대 좀 할 걸...
우리조는 남녀가 서로 만나 친해져가는 성애의 과정을 춤으로 표현했다.
공연 당일 '정든장' 글씨가 새겨진 호텔 흰가운으로 모두 바꿔치기했다. 샤워를 했으니 섹스를 하는 스토리가 그럴싸하다
취미로 연기를 한다는 조장은 연기는 어색해하면서 어디서 모텔가운은 잘 구해와 우리를 편하게 해주었다.
아니면 동대문 시장으로 모두 달려가서 사야할 판이었다. 우리들 복장이 어설프다고 모두 가운을 입으라고!
모두 네쌍의 파트너(한 쌍은 세명)들이 정답고 진하게 사랑을 하는 장면을 춤으로 연출하였다.
어린 내 파트너는 처음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와 호흡을 맞추며 편안하게 춤을? 아니 연기를 하였다.
다음은 모두 나가 섹시하게 기어다니면서 노래를 서로에게 들려주며 돌아다닌다.
앞에서는 한 청년이 대사와 함께 연기를 한다. 49 명 모두 누워서 다리를 들고 저전거 돌리기를 하면서 움직인다. 우~
웅얼웅얼 노래 부르는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기 위함일까? 객석에서 보야야 그 느낌을 제대로 알 것 같다.
술래잡기, 게임하기 등등 모두 7 개조의 무용과 사이사이 군무로 진행을 하였다.
콩볶듯 빠른 진행으로 움직여야 하는 공연이었다. 50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다섯번씩 출연을 하자니...
마지막에는 모두 누워서 발을 들고 자전거 굴리듯 움직이다가 일어나 크리넥스 한 곽씩을 모두 뽑으며 춤을 추었다.
하얀종이들이 무수히 날리는 장면이 조명에 따라 너울거리며 우리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
그리고 잠시 앞에 선 무용수들과 즉흥적으로 다같이 스텝을 밟으며 동작을 맞추어 군무를 추었다.
앞에 차려진 테이블에는 반짝거리는 유리잔에 술이 찰랑거리고 춤추던 우리들은 관객석에 내려가 관객들에게
맥주잔을 건네며 함께 무대로 올라와 춤을 추었다. 나도 내려가 아까 요플레 먹였던 분에게 권하니 '부끄러워요'
배우처럼 잘 생긴 이 남자, 그리고 그 옆에 한국친구, 도대체 뭐가 부끄럽다는 건지...
많은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와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즐겼다.
꽃미남 청년 셋이 춤을 추다 '와! 샤워하신 분 맞죠?" 날 알아보며 손잡고 함께 춤을 추었다.
손등에 키스까지 나누며ㅎㅎ...
모두를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전부터 달려간 공연 첫날은 집에 와 설거지도 못하고 쓰러져 잠들 만큼 피곤했다.
다음날은 점심때 모이라고 해 늦잠을 좀 자면서 피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무사히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고 우리는 땀흘리며 춤을 추었던 공연센터 옥상 '다락'에서 뒤풀이 저녁식사 파티를 열었다.
뷔페 음식은 푸짐했고 맛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공연소감을 말하면서 우리는 또 다시 배를 잡고 웃으며
즐거움을 나누었다. 개성이 넘치는, 성실하고 착하기까지 한 49 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 유쾌한 광대와 재미있는 여행을 함께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그 광대는 죽을 때까지 어린아이처럼 사람들과 놀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또 함께 했던 젊은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이 글을 맺는다.
나중에 공연을 촬영한 CD를 편집해 준다고 한다. 즐거웠던 시간, 안녕!!!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공연 그 자체보다 즐겁고 좋았다. 야단법석을 떤 공연은 민망하여 생략! ㅎ...
END
2013년 벨기에 현대무용축제 ‘페이즈 드 당스’ 폐막작 ' 할머니의 춤’
김혜경 안무의 '밥풀'의 한 장면. (사진=강일중)
정완영 안무의 '꽃좀비'의 한 장면. (사진=강일중)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2014. 8. 6~9. 프랑스 파리 여름 축제 중 콜린 극장 무대 )
* 언제적 안은미 선생님? 세상에! 이리 고울 수가!
'똥파리들 귀찮아서...' 머리 밀만 하시네~ㅎㅎ...
이런 게 젊음이리라. 지금도 자화자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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