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론 하워드
제작 미국 (2005년. 144분)
출연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폴 지아마티 외 다
권투를 '주먹의 발레'라고 한다는데, 스포츠에 별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더더욱 즐기기 어려운 운동이다.
그런 권투를 매체로 만든 이 영화 어찌나 감동적인지 푹 빠져 보았다. EBS 명화 극장에서 보았다.
폴 헤리스' 감독의 '쓰리 데이즈'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 '러셀 크로우'의 사려깊은 표정 연기력이 돋보인다.
여자라면 모두 이렇게 자상하고 책임감있는 남편을 원할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은 마치 주인공이 내 남편이라도 되는듯이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니 이렇게 굳건하고 멋진 남자도 있기는 한 모양이다.
미국의 경제 대공항 시기에 전도 유망했던 헤비급 복서 '브래독'은 잇따른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처한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하여 각종 허드렛 일을 하며 눈물겹게 생계를 꾸려간다.
복싱의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다시 기회가 오고 기적처럼 승리를 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그를 믿고 사랑으로 인내하는 아내와 그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코치하는 친구의 도움이 크다.
두 명의 복서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챔피언과의 결전은 그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전이었다.
이제 복서로서는 늙고 지친 그를 도전할 수 있게 한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만큼 강한 사랑을 지닌 그에게 두려운 것은 없었다. 다만 그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진정한 자존심이 무엇인지, 아버지나 남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 배고픔을 알 수 없으며, 자식을 낳아 키워보지 않고 어찌 인생을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허나 왜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고 자식을 낳아 저리도 고생을 하는걸까 생각되어질 만큼 세상 사는 일이 힘들다.
그래서 부처는 너희는 고생하지 말고 내가 이르는 진리의 말씀대로 살라며 설법하였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자식을 낳고 또 낳고 고생하며 살다 죽는 일을 전심전력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 평범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감마저 느낄 지경이다.
그 길이 순리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슨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못할 주제라면 그 일이라도 해야
살아갈 명분이 생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하는 일을 나도 했다는 위안과 함께...
그도 저도 아닌,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끌림'이라는 강한 자연적 본능에 이끌려 짝을 만나 자식을 낳고
어차피 살아가야하는 인생살이라면 자식을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을 품는 게 인생이다.
복싱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아도 좋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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